볼보차의 가장 오래된 제조 공장이자, 자동차 업계 최초로 기후중립을 이룬 스웨덴 예테보리 토슬란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매캐한 용접 냄새가 났지만, 공장에서 흔히 들리는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로봇 팔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차를 만들었다.

4량으로 이뤄진 작은 투어용 열차가 공장을 도는 데 소비된 시간은 1시간 남짓. 안내를 맡은 프란체스카 비크린씨는 볼보자동차와 이 공장이 가진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볼보차 생산 직원이 로봇이 조립한 차체 하부에 세부 부품 등을 부착하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박진우 기자

1964년 4월에 문을 연 토슬란다 공장은 45만㎡(약 13만6000평) 규모로 6500명의 근로자와 1400대의 로봇이 연간 30만대를 생산한다. 한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볼보차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XC90, XC60 등의 핵심 제품을 만든다. 볼보차 첫 전기차인 C40 리차지도 생산 라인에 올려져 있다.

토슬란다 공장은 세계 최초의 3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한 볼보 121 아마존이 생산된 공장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직원들은 이 공장을 가리켜 ‘아마존’으로 부른다. 압축(Press), 차체(Body), 도장(Paint), 조립(Assembly) 공정을 거쳐 최종 품질 테스트(QA)까지 이어진다.

1400대의 로봇은 용접부터 부품조립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오렌지 로봇은 XC90 등 90클러스터 제품을, 흰색 로봇은 XC60 등 60클러스터 제품을 만든다. 우신시스템(017370)이라는 한국 회사의 자동화 설비도 보였다. 로봇 사이사이에는 사람 근로자가 있다. 아무리 정교한 로봇이라도 문제를 잡아내는 능력이 사람의 눈보다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볼보 관계자는 “토슬란다 공장은 로봇과 사람의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했다.

볼보차 토슬란다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박진우 기자

볼보차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린 철판 코일을 잘라 큰 프레스 기기로 필요한 부위를 찍어 만드는 압축 공정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볼보차 창립자 중 한명인 구스타프 라르손은 스웨덴 최대 철강기업 SKF의 엔지니어였고, 볼보는 SKF의 투자로 설립됐다.

볼보차는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스틸제로(Steel Zero)’를 선언했는데, 스틸제로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무화석 철강’을 의미한다. 볼보차는 이 무화석 철강으로 차를 만들어 2025년까지 주요 공급망의 탄소배출량을 25%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자동차 전체 수명주기에서 탄소발자국을 40%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토슬란다 공장은 지난해 ‘기후중립’을 선언했다. 기후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6대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없다는 것이다. 토슬란다 공장은 2008년부터 기후중립 전기로 운영되고 있고, 사용 에너지의 25%를 농사나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 등 바이오가스로 충당한다. 또 다른 25%는 산업 폐열을 활용하는 지역난방으로 쓴다. 제조업 공장, 발전소, 쓰레기 소각장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장 안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유기물 분리박스와 폐열 확보를 위한 소각용박스 등이 있다. 나머지 50%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탄소배출이 없는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어 쓴다. 이 공장에서 1년간 자동차 생산에 사용하는 267만㎿h(메가와트시)의 전력이 모두 이런 탄소제로(0) 에너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볼보차 토슬란다 공장에서 로봇들이 작업하고 있다. /볼보차 제공

토슬란다 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38시간이다. 이 가운데 차에 색을 입히는 도장 공정에만 16시간을 소비한다. 자동차에 페인트를 바른 후 건조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장은 천연가스나 석유 등에 이 공정 에너지를 맡긴다. 토슬란다 공장의 기후중립이 가능했던 건 도장 공정에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볼보차는 2030년까지 전 제품을 전동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토슬란다 공장도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 지난 2월 토슬란다 공장에 100억크로나(약 1조26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큰 틀에 알루미늄 용액을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차축을 찍어내는 ‘메가 캐스팅’ 공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볼보차는 2025년부터 이 공법으로 차세대 전기차의 차축을 만들 계획이다. 여러 개 부품을 하나씩 용접으로 붙이는 기존 방식보다 공정과 생산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방식이라는 게 볼보차의 설명이다.

볼보차 토슬란다 공장의 도장 공정. 볼보차는 이 공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바이오가스로 충당하고 있다. /볼보차 제공

자동차 차체와 하부구조를 결합하는 과정을 ‘결혼’으로 표현한 ‘메리지 포인트(Marriage Point)’도 전기차 체제로 차츰 바뀌어 나갈 예정이다. 엔진과 서스펜션 등으로 구성된 섀시는 언젠가 베터리 셀과 모듈을 통합하는 공정으로 전환된다. 공장 곳곳에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sustainable and safe way)’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은 볼보차는 기후중립과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슬란다 공장 메리지 포인트에서 차체 하부와 골격이 만나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