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오는 26일 생산을 종료한다. 이 공장 부지는 1962년 새나라자동차의 부평공장으로 시작,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지엠은 부평2공장 자리를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 않다.
22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부평2공장(조립라인)은 생산 중이던 소형 SUV 트랙스와 말리부 단종으로 오는 26일 가동을 중단한다. 부평2공장 소속 근로자 1200명 가운데 700명은 창원공장, 500명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증설하는 부평1공장으로 전환배치된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4월 고용안정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인력 재배치 방안을 큰틀에서 합의한 바가 있다.
창원공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GM 글로벌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를 생산하고, 부평1공장에서는 볼륨모델(판매량이 많은 차)인 트레일 블레이저와 차세대 CUV 등을 만들어야 해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지엠 설명이다.
부평2공장 자리는 원래 일본군 군용차를 만들었던 곳으로 해방 이후 폐쇄됐다. 지난 1962년 새나라자동차가 이 폐공장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현대식 자동차 조립 라인을 만들어 닛산 블루버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65년 신진자동차가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한 뒤, 공장 부지를 165만2000㎡ 규모로 확장, 일본 도요타와 합작해 버스, 트럭 등의 상용차, 퍼블리카, 코로나, 크라운 등의 승용차를 만들었다.
신진자동차는 197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공동 자본금을 출자해 지엠코리아(GMK)를 설립했으나 이듬해 오일쇼크로 부도가 났으며, 산업은행이 GMK의 신진 보유 지분을 인수하면서 새한자동차로 사명이 바뀌었다. 그러다 대우그룹이 1978년 새한자동차의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하고, 대우자동차라고 다시 이름을 붙였다. 대우자동차는 1983년 부평공장에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1992년에는 GM 지분을 모두 넘겨 받았다.
1986년 새 설비를 갖춘 부평1공장이 들어섰고, 당시 기존 시설을 부평2공장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부평2공장에서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우차 로얄, 프린스, 에스페로 등이 만들어졌고, 대우 레간자 등 중형 전담 생산라인으로 대우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GM는 2002년 회사가 어려워진 대우그룹과 양해각서를 맺고, 신설법인인 GM대우를 출범시켰다. 이어 2011년 사명을 한국지엠으로 바꾼 뒤 쉐보레 브랜드를 본격 도입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부평2공장은 신차 생산 배정 등이나 향후 활용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조립 라인만 둔채 다른 생산 기능들은 이미 부평1공장과 통합됐다. 일각에서는 부평2공장 부지의 매각을 언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설 등을 그냥 그대로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아직 활용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