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대만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이 전기차 산업 전면에 등장했다. 폭스콘이 전기차 위탁 생산 사업을 확대함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big tech·대형 정보통신 기업)들이 폭스콘의 생산 능력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31일 ‘전기차 위탁생산에 발 딛는 폭스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폭스콘은 양산·공급망 관리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진 빅테크가 완성차 시장에 도전한다면 폭스콘의 생산 능력을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폭스콘이 생산한 전기차 모습./연합뉴스

연구원은 특히 “폭스콘의 유력한 고객사는 위탁 생산을 통해서도 충분한 이익률이 보장되는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마그나의 완성차 조립·생산 자회사인 마그나 슈타이어가 BMW와 재규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모델 생산을 담당하고 있고, 최근 폭스콘이 테슬라의 생산을 담당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원은 “애플은 자사 고유의 제품 설계·생태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설령 폭스콘의 위탁 생산으로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제품 주도권을 폭스콘에 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자동차 위탁생산 자회사 폭스트론을 설립한 폭스콘은 잇따라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완성차 생산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또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개방형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완성차 공장을 인수했고 6월 대만에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지에도 생산 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연구원은 “폭스콘이 양산·공급망 관리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되지만,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폭스콘은 컴퓨터, 통신, 전자제품의 연간 공급량이 약 56억개에 달할 정도로 양산에 능숙하고, 전세계 24개국에서 현지 생산과 관련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 생산의 5%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해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제조원가 우위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