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전기차 차주들은 자동차 정기 점검을 받으면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배터리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이 필요하진 않은지 관련 정보를 받아 화재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시행되는 검사 이후 배터리 진단 항목을 전기차 소유자에게 제공하기로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과 합의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공단과 공유하는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한 배터리 정보를 공단이 전기차 차주에 고지하는 것이다.

승용차의 경우 신차 등록 후 4년 내, 이후로는 2년에 한 번 종합검사를 받는데, 올해부터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와 관련 전자장치도 검사받는다. 검사 이후 전기차 차주에게 고지되는 정보는 배터리 제원과 성능, 안전 점검 결과 등 크게 세 가지다. 제원에는 배터리 타입과 용량, 전압이 표시되고 배터리 성능 정보에는 배터리 총 동작시간과 누적 충·방전량, 충전 상태, 열화 상태, 급속 충전 횟수 등이 포함된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현대차 제공

가장 중요한 정보인 안전 점검 결과에는 고전압 부품 절연과 배터리 셀 간 전압편차, 모듈 온도 등이 포함된다.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배터리 내 생기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인데, 이는 고전압 부품 절연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에서 분리된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 충전,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 에너지를 방출하며 방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배터리를 충·방전하는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이 적체되면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체를 뜻하는 덴드라이트가 생성된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성능을 낮추고 내부 균열을 만드는데, 덴드라이트가 양극과 음극이 붙는 것을 막아주는 배터리 분리막을 뚫으면 화재나 폭발을 유발하기도 한다.

셀 간 전압 불균형도 배터리 성능을 낮추는 요인이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팩은 모듈을 묶은 형태로, 모듈에는 12개의 배터리 셀이 들어간다. 수십~백여개의 셀이 모인 것인 배터리 팩인데, 전기차가 주행하면서 배터리를 소모하다 보면 셀별로 자연스레 전압 차가 발생한다. 충전 과정에서도 셀 간 전압 차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셀 간 전압이 고르게 배분되는 ‘셀 밸런싱’이 자주 무너지면 배터리 수명이 저하되고 과충전을 유발해 급기야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당초 완성차 업체들은 해당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에 소극적이었지만, 국토부와 공단은 사용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화재 등 사고를 예방하는 방안이라고 보고 업체들과 협의를 지속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전기차 차주가 배터리 상태를 알 수 없었는데, 점검을 통해 배터리 정보를 제공하고,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면 운전자에게 이를 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공단은 전기차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전기차 운전자에게 고지하는 배터리 관련 정보를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판매된 전기차는 30만대에 육박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29만8000여대로, 연말에는 4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누적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말 23만대를 넘어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