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또 한 번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올 들어 6번째다. 테슬라는 신차 출시나 부분변경, 연식변경 없이 가격만 올리는 배짱 장사를 하고 있는데, 미국에선 현재 70% 수준인 시장 점유율이 2025년에 11%로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8일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5일 모델3와 모델Y의 가격을 인상했다. 모델3 후륜구동(RWD) 모델은 7034만원, 퍼포먼스 모델은 9417만원으로 가격 변동이 없으나, 롱레인지 모델은 기존 8352만원에서 8469만원으로 117만원 올랐다.
모델Y 롱레인지는 9486만원에서 9664만원으로 178만원, 모델Y 퍼포먼스는 1억196만원에서 1억473만원으로 277만원 각각 올랐다. 모델Y 롱레인지에 색상을 추가하고 휠을 20인치로 바꾸면 다른 옵션을 하나도 추가하지 않아도 1억원이 넘는다.
완성차 기업은 신차나 부분변경,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가격을 인상하는데, 테슬라는 기존 모델의 성능·디자인 변화 없이 가격만 인상하고 있다. 테슬라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차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꼽지만, 이를 고려해도 테슬라의 가격 인상은 급격한 편이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모델3 롱레인지는 5999만원에서 8469만원, 모델Y 롱레인지는 6999만원에서 9664만원, 모델Y 퍼포먼스는 7999만원에서 1억473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테슬라가 배짱 장사를 하는 사이, 경쟁자들이 선전하며 테슬라의 미국 내 점유율은 11%로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최근 연례 보고서 ‘자동차 전쟁(Car Wars)’에서 테슬라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지 않아 전기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머피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일론 머스크는 경쟁사가 테슬라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함에 충분히 빨리 행동하지 않았다”면서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갖고 있던 지배적 위치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테슬라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지만, 로드스터 스포츠카와 사이버트럭 등 신차 출시를 미루는 동안 경쟁사들이 전기차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여러 신차를 내놓는 것이 점유율 하락의 주원인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테슬라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전기차 6746대를 팔아 지난해 상반기(1만1629대) 보다 판매량이 42% 줄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1만2959대로 전년(1만1431대) 대비 13% 증가했다. 테슬라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84.9%에서 올해 상반기 52%로 급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상반기에 전기차 1395대를 팔아 작년 상반기(337)보다 판매량을 대폭 늘렸고, 점유율도 10.7%로 끌어올렸다. BMW도 올해 상반기에 전기차 1238대를 팔아 작년 상반기(76대)보다 판매량을 대폭 늘리며 점유율이 0.7%에서 9.5%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