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여 주행 거리를 늘리고 충전 시간은 10~20분으로 줄일 겁니다.”
현대차(005380) 연구개발본부에서 전동화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알렌 라포소 부사장은 남양연구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전동화 전환 로드맵을 지원하기 위해 배터리팩과 냉각,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내부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다른 기업·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2020년 대비 50% 개선하고, 배터리 원가는 40%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를 선택할 때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인데,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2030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7%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효율을 높이려면 배터리뿐 아니라 모터 성능도 개선해야 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모터 무게를 30% 줄이고, 비용은 35% 절감하기 위해 현대모비스(012330)뿐 아니라 독일 부품사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와도 협업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구동계)의 핵심을 관장하는 라포소 부사장은 1987년 르노그룹에 입사한 뒤 35년 동안 르노와 닛산, 푸조시트로앵(PSA)에서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왔다. 그리고 2020년 9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당시 현대차 연구개발(R&D)을 총괄하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의 제안으로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라포소 부사장은 “당시 현대차를 선택한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모험이었지만, 한국에 와보니 직원들이 업무에 헌신적으로 몰입하고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탄탄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현대차가 미래 전기차 시대에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그동안의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포소 부사장이 이끄는 현대차 전동화개발담당은 지난 4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올해의 파워트레인(Powertrain Evolution of the Year)’ 부분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라포소 부사장은 이번 수상에 대해 “혁신과 리더십 분야에서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진보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포소 부사장은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000270) ‘EV6′ 등 우리 전기차가 글로벌 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며 “긴 주행 거리와 빠른 충전 시간뿐 아니라 “삼성SDI(006400)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같은 배터리 업체와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오토에버(307950) 등 좋은 산업 네트워크와 협력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국가들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속도는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최종 종착점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차라는 것이다.
라포소 부사장은 “전동화로의 전환은 멈출 수 없지만 시장 상황과 규제, 수요 변화에 맞춰 대응을 달리하는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전기차보다 많은 내연기관차 수요, 각국 규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전동화 제품 구성을 최적화하는 능력이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라포소 부사장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효율을 동시에 높여 나가고 있다”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의 효율성 측면에서 ‘톱(top) 3′ 브랜드로, 2025년 등장할 2세대 하이브리드시스템(TMED) 연비는 5~6%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도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라포소 부사장은 “우리의 첫 전기 스포츠카 ‘EV6 GT’는 최대 출력 577마력을 내는 모델로 테슬라의 ‘모델Y’와 경쟁할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서 플랫폼을 더 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