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가 1분기 유럽·미국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3위를 달성했다. 유럽의 경우 전체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한국차는 친환경차 판매량이 증가해 역대 1분기 중 처음으로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고유가 등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지만, 한국차는 타사 대비 판매량 감소가 적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차 점유율이 감소하면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275만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한 수준이다. 유럽 자동차 업체의 주요 부품 수급처인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공급망이 끊어지면서 일부 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이 연장된 영향이 컸다.

반면 한국계 차량은 21.3% 증가한 27만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59.4% 급증했다. 점유율로 보면 9.8%로, 유럽계(68.3%), 일본계(11.7%)에 이어 3위다. 협회는 “현대차 그룹의 친환경차 판매 선전으로 주요 해외업체들의 두자릿수 감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하며 1분기 기준 처음으로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별로 봐도 폭스바겐(23.8%), 스텔란티스(19.0%)에 이어 현대·기아가 9.8%로 르노(8.8%), BMW(7.3%)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현대차 제공

1분기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한 328만대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재고 감소 및 신차 가격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미국의 적정 자동차 재고는 하루 판매량 기준 통상 60~80일치지만 지난 3월 재고는 20일치에 그쳤다. 3월 미국 신차 가격은 평균 4만3500달러(약 5538만원)로 전년 동월 대비 15.4%까지 오른 상황이다.

신차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국산 브랜드 판매량은 32만대로 3.7% 줄어드는 데 그쳤다. 협회는 “주요 해외업체들의 두 자릿수 감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유럽계 브랜드를 제치고 미국, 일본계 브랜드에 뒤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20.4%), 포드(-17.1%), 도요타(-14.7%) 등은 두 자릿수로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3%, 5.2%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전기차가 효자 역할을 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신규모델 인기로 미국 내 1분기 한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9% 급증한 1만7000대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차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분기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600만대를 기록했다. 이 중 한국계 차량 판매는 39.3% 감소한 9만4000대에 그쳤다. 점유율로 보면 1.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본계(20.1%), 유럽계(19.6%), 미국계(8.6%)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산 브랜드는 사드 사태 이후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작년 중국 시장을 위한 별도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브랜드 고급화, 전동화 상품 라인업 구축, 현지화 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 시장 두 곳의 판매량 합이 중국 시장 판매량보다 140만대가량 많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미국·유럽 시장과 중국 시장 간 격차가 동일한 수준으로 좁혀졌다. 특히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작년 1분기 51만5000대에서 올해 1분기 120만대로 135% 증가하며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협회는 “올해 1분기 국산 브랜드의 중국 시장 내 신에너지차 판매는 433만대에 불과하다”며 “향후 중국 시장 대응을 위해 신에너지 차량의 점유율 증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