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의 ‘거주이전’ 규정이 지자체별로 제각각 달라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에선 보조금을 받고 2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도 문제가 없지만, 제주·증평 등에선 받은 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

지난달 24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SK에너지 박미주유소 뒷편에 전기차 충전기 두 대가 설치돼 있다. /SK에너지 제공

8일 각 지자체가 공고한 올해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 공고를 취합하면,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보조금을 받고 2년간 관내에서 의무 운행하도록 한다. 저공해 자동차(전기차·수소차)를 구매한 데 따른 보조금인 만큼, 최소 2년은 해당 차량을 운행하도록 한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에 지자체 보조금이 추가로 더해지기 때문에 ‘관내 운행’ 규정이 붙었다. A지자체가 지급한 보조금이 B지자체 시민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취지다.

만약 의무운행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되팔 경우 최소 20%(21~24개월 운행)에서 최대 70%(3개월 미만 운행)의 보조금을 토해내야 한다. 다만 교통사고나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경우는 제외한다. 전기차 보조금 액수는 지자체별로 다른데, 일반 전기 승용차 기준 1000만원 안팎이다. 900만원(서울·세종)에서 1650만원(전남 진도군)이다. 차량 구매비 기준으로 꽤 큰 금액이라 대부분은 의무운행 기간인 2년을 지킨다.

별다른 이유 없이 2년 이내 해당 차량을 판매할 경우, 지자체의 사전 승인을 얻어 관내 개인 또는 법인에 매매해야 한다. 남은 의무운행 기간은 매수자가 승계한다. 관내 주민이 아닌 타 지자체 주민에게 판매하면 보조금을 뱉어내야 한다.

보조금을 받은 사람이 직장을 옮기는 등 불가피한 문제로 다른 지자체로 이사하며 차량은 계속해서 운전하고 싶다면 보조금을 반납해야 할까. 이 규정은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다. 제주와 충북 증평군, 전남 장흥군, 울릉군 등 지자체는 보조금을 환수해간다. 이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소유주는 이직이나 임대차계약 종료로 인한 이사 등 문제로 이사할 때 보조금을 반납하거나 차량을 처분해야 한다.

반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광역시, 경기 성남, 충남 천안 등은 다른 지자체로 이사한다고 해서 보조금을 환수하지 않는다. 전기차 구매자들의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로 교통사고나 천재지변과 함께 다른 지자체로의 전출도 예외사항으로 인정해 주는 셈이다. 나주와 영암 등 일부 지자체는 증빙자료를 첨부해 사전에 지자체 허락을 구해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보조금을 환수하지 않는다.

전기차냐, 수소차냐에 따라 규제가 다른 경우도 있다. 대전시는 전기차 보조금은 전출을 이유로 보조금을 환수하지 않지만, 수소차 보조금은 전출 시 보조금을 환수한다. 전기차 보급사업 공고에는 ‘타 지자체로 전출 시 보조금 미환수’, 수소차 보급사업 공고에는 ‘관외 전출 시 보조금 환수’라는 정반대의 내용이 적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저공해 자동차 보조금은 개인별로 지급하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차량을 운행하며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목적으로 주는 것”이라면서 “지자체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가 늘 해당 지역만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사를 이유로 보조금을 환수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