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에서 소프트웨어 생산 관리 부사장을 역임했던 라차드 유셰프와 모빌리티 공유 업체 리프트에서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플랫폼 부문을 맡았던 샬루인 풀로브를 지난해 신규 이사로 영입했다.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카 시대를 맞이해 IT 분야에서 두터운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GM뿐 아니라 푸조시트로엥과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에도 IT 업체 간부가 합류했다. 스텔란티스는 합병 이후 첫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아마존 알렉사 오토모티브의 부사장 네드 큐릭을 영입했다.
엔진을 단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통신망에 연결된 채 전기로 가는 스마트카가 등장하면서 세계 완성차 업체는 IT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동한다는 개념을 제외하고는 차가 거대한 스마트폰과 같이 진화하면서 완성차 업체의 인력 구조가 기계·조립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로봇의 역할이 커지면서 완성차 조립을 담당하던 제조 일자리는 세계적으로 수십만~수백만개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상당부분 대체하면 부품 관련 인력도 수요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산업협회는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면 미국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만 3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업체들은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거나 계획을 내놓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와 차량 소프트웨어 관련 자금 확보를 위해 2023년까지 비용을 5% 낮추겠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의 핵심은 감원이다. 고령 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제안하는 등 직원 수를 최대 5000여명 줄일 계획이다.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GM과 포드도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공장을 폐쇄하거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급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스마트카의 등장이 일자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계 부품 수는 줄어들지만 차에 장착되는 전장·소프트웨어와 배터리 기술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이 단순 감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인적 구성을 IT 중심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조 인력이 다수였던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직 감원이 지속되는 한편 연구개발 인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GM·포드 등 완성차 업체 본사에 고용된 개발 인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백 명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4000~5000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는 기존 부품 업체와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3000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고용하겠다고 밝혔고, 폭스바겐은 차량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 인력을 1만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005380)그룹도 최근 자율주행, 디지털엔지니어링, 전동화, 로보틱스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대상으로 인력 채용에 나섰다.
부품사들도 빠르게 태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보쉬, 콘티넨탈, 덴소, 현대모비스(012330) 등 글로벌 부품사들이 기계 부품 대신 전장 비중을 늘리면서 IT 기업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보쉬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5000명이 넘는 보쉬 엔지니어들은 핵심 반도체(도메인컨트롤유닛)와 센서, 인공지능(AI) 등 자율주행을 위한 모든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폴크마 덴너 보쉬 그룹 회장은 "미래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리의 전문성은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보쉬는 커넥티드카를 위한 전장과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150년 역사의 세계적인 부품사 콘티넨탈 역시 차량 기술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솔루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연구 인력은 6000명에 육박하는데, 앞으로도 개발 전문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