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1시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우천산업단지에 있는 디피코의 전기화물차 차체부 생산라인. 안전모와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초소형 화물차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6만6000㎡(약 2만평) 규모의 공장 부지에는 차체 생산, 도장, 조립 등 차량을 만드는 전 공정이 모두 갖춰져 있다. 초소형 전기차 업체 중에서 이런 공장을 가진 업체는 디피코가 유일하다.
조용일 디피코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은 “처음엔 이렇게 큰 공장을 짓는 게 불안하다는 협력사도 있었지만, 완성된 제품을 보고 산업단지에 함께 들어온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초소형 전기트럭 ‘포트로’를 주력 모델로 판매하고 있는 디피코는 1998년 7월 설립된 자동차 제조업체다. 초소형 전기트럭을 개발해 작년 하반기에 선보였다. 전기트럭을 직접 개발하기 전에는 자동차 개발 관련 통합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서 타 기업의 자동차 개발과 컨설팅을 주로 해왔다.
송신근 디피코 대표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지만, 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링은 자동차를 판매하려는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를 개발해주거나 개발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스타일링부터 설계, 생산 공정 구축과 시험평가까지 지원한다. 디피코가 개발한 대표적인 차량으로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엠그랜드 EC7,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X55, 미국 코다 전기차(EV) 등이 있다.
자동차 개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디피코는 초소형 전기차 업체 중 가장 높은 부품 국산화율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업계는 중국산 부품을 많이 써 국산화율이 50%를 밑도는 경우가 많다. 디피코의 국산화 비율을 85% 정도로 배터리 시스템부터 차체, 조향, 현가장치(차대 프레임에 차 바퀴를 고정해 노면의 진동이 차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완충 장치) 등 다양한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1975년도에 기아(000270)에 입사해 소하리 공장 설계까지 맡았던 송 대표는 체득한 기술을 가지고 직접 차를 개발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 당시 많은 중국 자동차업체들로부터 자동차 개발 및 공장 설계 의뢰를 받았으며 2018년도에 코넥스에 상장했다. 경쟁력을 인정받아 코스닥 상장사 ‘톱텍’으로부터 100억원대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사드(THAAD)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의 거래가 소원해지면서 국내에서 친환경차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후 소상공인이 주로 이용했던 ‘라보’와 ‘다마스’가 단종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를 대체할 친환경 상용차를 만들기로 했다. 송 대표는 “업종 변경 후 28개월간 개발에만 몰두한 결과 전기트럭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며 “보통 차 한대를 개발하려면 30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그간 다른 차들을 개발해 온 기술 덕분에 개발 원가가 700억원에 그쳤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포트로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전기 화물차다. 0.25t 규모의 크기에 15.7㎾h급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시 79.5㎞를 달릴수 있으며 초소형 전기차 기준에 따라 최고 속도는 시속 70㎞로 맞췄다. 연간 화물차 시장은 약 9000대인데, 디피코는 화물차 시장에서 30%의 시장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트로는 9월 말까지 총 274대가 팔렸다.
공장의 주행 시험장에서 만나본 포트로의 주행감은 가속과 감속, 코너링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중국 수입산이 대부분이라 가감속이 매끄럽지 않고 언덕길에서는 뒤로 밀리는 경우도 있다. 디피코가 개발한 포트로는 액셀을 밟는대로 가볍게 속도를 올리며 언덕길에서도 기어가 D에 위치하면 밀리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전고(차 높이)는 1905㎜로, 1920㎜인 다마스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중량을 상당히 싣고 달려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전장(차 길이) 3405㎜, 전폭(차의 폭) 1435㎜,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 2400㎜다.
디피코는 롯데슈퍼, 대우조선해양, 서부발전소, 한국중부발전, LS전선 등에 포트로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국 우체국 배달차량용 납품을 위해 우정사업본부와 협의하고 있다.
디피코는 소형 전기차를 개발해 현재 양산을 준비 중이다. 판매량을 높여 내년 중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3년도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현행법상 소형 전기차는 특장차로 개조할 수가 없어 배달용으로만 쓰이고 있지만, 소방차나 청소차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길 바란다”며 “예를 들어 소방용으로 개조하면 재래시장처럼 좁은 틈새에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용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