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택배업계에 눈에 띄는 소식이 전해졌다. SG홀딩스 산하 대형 물류회사인 사가와익스프레스가 배송용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산 차량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가와익스프레스는 새로운 배송용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일본 전기차 스타트업 ASF와 협력했는데,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인 ASF는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받고 전기차 생산은 중국 상하이차와 류저우우링차,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SGMW에 위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산 소형 전기차 7200대가 일본에 상륙할 예정이다.

일본 사가와익스프레스가 도입하기로 한 중국산 전기차 모습./사가와익스프레스 제공

도요타, 닛산, 혼다, 스즈키, 마쯔다 등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완성차 업체가 포진한 일본에 중국산 전기차가 대거 수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열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사가와익스프레스는 배송용 전기차 도입 과정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택배용 특화 전기차 모델이 없고, 생산규모 등 조건에 맞는 업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차에 안주해 전기차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사이 중국 업체의 공습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공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와 모터만 있으면 달릴 수 있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해 기술 진입장벽이 낮다. 덕분에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퓨처모빌리티가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첫 양산형 전기차 M-바이트. 하지만 아직 생산 일정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퓨처모빌리티 제공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산 전기차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동풍소콘에서 전기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신원CK모터스는 최근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신원CK모터스는 신원종합개발(017000)이 67.4%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계열 관계가 모두 청산됐다. 신원종합개발은 2019년부터 신원CK모터스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해 익명의 개인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겼다. 그동안 신원CK모터스를 이끌던 이강수 대표도 올해 초 사임했다. 이 때문에 중국산 전기차 수입 사업도 아직은 본격적인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역시 중국 지리자동차가 생산하는 전기 상용차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사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전기차업체 퓨처모빌리티는 옛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한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 명신에 신형 전기차 ‘M-바이트’를 위탁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생산이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