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위치한 신조로지텍 본사. 일반적인 포워딩(forwarding) 업체 사무실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개발자가 화물 적재 과정을 코드로 구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엔지니어가 컨테이너 내부 구조를 설계하고 있었다.

1998년 부산 항만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최근 물류 전 과정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운송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 복잡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배경이다.

신조로지텍은 올해 초 현대건설이 발주한 '파주 SRR 프로젝트' 물류를 수행했다. 지난 1월 진행된 이 사업에서는 TBM 커터헤드 등 총 10개 패키지, 478톤 규모 화물이 운송됐다. 단일 최대 중량은 147톤, 크기는 길이 8.3m·폭 8.15m·높이 3.55m였다. 회사는 인천항에서 화물을 인수한 뒤 아라뱃길을 통한 바지선 운송을 진행했다. 한강 구간에는 임시 부두를 설치했으며, 이후 초중량·초대형 화물 운송에 필요한 인허가를 거쳐 육상 운송으로 최종 현장까지 납품을 완료했다./신조로지텍

포워딩은 수출입 화물의 운송 전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사업이다. 선사 선택과 운송 경로 설정, 포장 방식 결정, 통관 절차, 내륙 및 해상 운송 연결까지 전 과정이 포함된다. 신조로지텍은 이 가운데 발전소 설비, 제철 설비, 해상 크레인, 핵융합 장비 등 초중량·정밀 화물 운송에 특화돼 있다.

2015년부터 한국 측 물류 파트너로 참여해온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한 예다. 단일 부품 무게는 최대 600톤, 허용 오차는 0.001mm 수준이다. 권순욱 대표는 "ITER 프로젝트는 초중량·초정밀 화물 운송 역량을 검증한 사례"라며 "이 과정에서 약 200억~3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추가 물량으로 약 50억원이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은 기술적 역량을 키웠지만, 동시에 내부 운영의 한계를 드러냈다. 기존에는 선사 일정 확인, 이메일 점검, 선박 위치 조회가 각각 분리된 시스템에서 이뤄졌다. 담당자가 이를 다시 취합해 화주에게 전달하는 구조였다. 화주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출발과 도착 일정 중심에 머물렀다.

운영 복잡도가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서 회사는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개별 자동화를 넘어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부산=박수현 기자

그렇게 탄생한 것이 화물 추적 자동화 시스템이다. 기본 선적 정보만 입력하면 이후 과정은 자동으로 처리되는 구조다. 선사 스케줄과 선박 위치 정보는 통합 수집된다. 화주에게는 현재 위치, 운송 단계, 예상 일정이 함께 제공된다. 일정 변경도 자동 반영된다. 권 대표는 관련 통신 모듈도 자체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자동화 범위를 컨테이너 적재(CLP) 영역으로도 확장했다. CLP는 화물의 크기와 무게를 고려해 제한된 컨테이너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작업이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적재 순서를 직접 설계해야 했고, 화물 수가 늘어날수록 최적화 정확도는 떨어졌다. 경우에 따라 추가 컨테이너 투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권 대표는 "지금도 몇 시간씩 손으로 배치도를 그려가며 작업한다"며 "사람마다 설계 방식이 달라 결과의 편차가 크고, 구조적으로 최적화가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신조로지텍은 이 같은 한계를 알고리즘 기반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도어 개구부, 축하중, 장비 간섭 등 현장 조건과 항로별 운임 구조를 변수로 설정하면, 시스템이 이를 계산해 적재 위치와 컨테이너 조합을 자동으로 산출한다.

동일 조건에서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 100개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4시간 이상에서 30초~2분 수준으로 줄었다. 공간 활용도 역시 개선되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회사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수출 기준 컨테이너 운임은 약 24만4900달러에서 17만1200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약 30% 수준의 비용 절감이다.

권 대표는 "현재 개발은 약 80% 수준이며 연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 자동화와 함께, 회사는 물리적 구조에 대한 연구도 이어왔다. 화물 적재와 운송 효율을 넘어, 이를 담는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회사가 주목한 지점은 컨테이너 바닥재였다. 표준 컨테이너는 목재를 사용한다. 해상 운송 과정에서 습기와 염분이 침투할 수 있는 조건이다. 화물 부식 위험이 발생하는 이유다.

신조로지텍은 철제 바닥과 밀폐 구조를 적용한 '제습 컨테이너'를 개발했다.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해 습기와 염분 침투를 줄이는 구조다. 내부에는 브라켓과 고정 장치를 적용해 별도의 목재 보강 없이 화물을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에 따라 작업 공정이 단순화되고 목재 사용량이 줄어든다.

권 대표는 "경량화 설계로 운송 연료 소비 감소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며 "내구성 역시 기존 대비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오는 5월 말 제습 컨테이너 실증 테스트에 들어간다. 전남 광양 황금산단에는 연간 17만개 규모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연내 착공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추가 증설도 검토 중이다.

신조로지텍이 최근 연구개발(R&D)에 투입한 비용은 약 100억원이다.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한 투자다. 회사의 매출은 2021년 약 217억원에서 2022년 416억원으로 증가한 뒤 4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4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연간 10억~20억원 수준이다.

권 대표는 "올해 매출 700억원을 시작으로 3년 내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