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사이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안보 수혜를 입은 스타트업은 외부 관심이 커지는 등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플라스틱과 포장지 제조처럼 긴 시간 산업을 지탱해 온 기업들은 원자재 수급 등의 문제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2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드론·첨단 항공 모빌리티 예지 정비 인공지능(AI) 기업 위플로는 시리즈A 투자 유치가 유력한 상황이다. 2024년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방산혁신기업 100′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 폴란드 방산 기업 WB 일렉트로닉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미국과 이란 분쟁으로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위플로처럼 장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해 미리 정비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방산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을 돕는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딥테크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스타트업의 군·정부·방산 기업 연계를 지원해 시장 진입을 돕는 플랫폼 '랩터스'를 출범했다. 정부도 방산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싣는 등 민간 기술이 방산 영역에 적용되는 분위기에 발맞춘 행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최근 미국과 이란의 분쟁 등을 계기로 민간 스타트업 주도로 방산 영역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안두릴, 팔란티어 등이 군사·정보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며 방산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국내도 2022~2023년 방산 수출 2년 연속 100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제 갈등에 안보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관련 스타트업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 방산 스타트업 관계자는 "예전엔 투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었다면 지금은 '투자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아졌다"며 "국내 드론·로봇 제조기업들이 중동 등 해외에서 제품 구매 가능 여부를 타진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기술력이 성숙했다는 점도 투자 확대와 제품 구매 문의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드론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안보·방산 분야로 확장 가능한 기술은 중국이 기술력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보안 우려와 규제 강화로 활용이 제한되며 공급망 재편이 이뤄졌다. 그사이 국내 스타트업들이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며 경쟁력을 높였다.
반대로 보릿고개를 넘는 업계도 있다. 최근 나프타 가격 상승 여파로 플라스틱 제조 중소기업체들은 원자재인 폴리에틸렌(PE)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프타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이 PE의 기초 원료인 만큼, 나프타 수급 변화가 곧 PE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비닐·필름에 쓰이는 저밀도(LDPE)와 용기·파이프 등에 쓰이는 고밀도(HDPE) 모두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전반적인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포장지 제조 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면 산업용 포장지를 제조하는 A사는 공장 가동률을 기존 80%에서 50%로 낮췄다. 농업용 포장지를 제조하는 B사는 재고가 1주일가량이다. 원자재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석유화학 회사인 주요 공급사가 물량 배정을 줄이거나 일부는 발주를 취소하고 있다"며 "4월 이후 물량이 최대 10% 수준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채산성 악화가 명확하나 대기업과의 납품 계약에 따라 무조건 생산을 해야 한다"며 "손해를 보면서 납품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원료 수급 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