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영양제를 1대 1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퍼펫’ 이야기다.
이 회사는 오는 11일 고객의 반려동물 건강정보를 분석해 필요한 영양제를 맞춤 제작 판매하는 서비스에 나선다. 월 구독 형태로, 모바일 앱을 통해 반려동물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있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영양제를 집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계동 퍼펫 사무실에서 황보현 대표를 만났다. ‘반려동물 맞춤 영양제’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알 수 있듯 황 대표는 아이디어가 넘쳤다.
사실 그가 브랜딩 전문가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도 남들과 다른 창의력 덕분이었다. HS애드 최고창의력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등을 역임한 황 대표가 기획한 브랜드·광고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배달의 민족)’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대한항공)’ ‘쓱(신세계)’ 등 유명 광고도 그의 작품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황 대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부터 꺼냈다.
“남들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서 남들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멍청한 짓이죠.”
시장에 없는 비즈니스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광고계에 있을 때나 현재 퍼펫을 경영할 때나 항상 마음에 새기는 경영 철학이다.
황 대표는 “현재 반려동물 영양제가 시장에 없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퍼펫처럼 반려동물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제작, 서비스하는 곳은 없다. 모두 획일적인 영양제뿐”이라고 말했다.
퍼펫은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약 1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반려동물 맞춤 영양제 서비스란.
“기존 시장에 있는 획일적인 영양제와는 확연히 다른 반려동물 맞춤형 영양제 서비스다. 수의사, 개발자들과 AI 맞춤 설문을 개발했고 모바일 앱에 담았다. 3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반려동물의 호흡기·소화기·관절·피부·스트레스 등 건강 이상 항목을 체크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건강 상태에 맞춰 영양제를 제조하고 배송한다. 월 구독 서비스로 진행한다.
예를 들면 심장이 안 좋은 강아지라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영양제를, 관절 상태가 나쁘다면 관절 건강에 필요한 영양제를 제공한다. 특히 반려동물 체중별로 맞춰 영양제를 제조·소분한다. 기존 반려동물 영양제는 보통 사람이 먹는 크기로 만들어져 용량이 크다. 앱에는 채팅형 AI ‘펫GPT’ 기능도 탑재했다. 설문한 반려동물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자신의 반려동물을 기준으로 궁금한 걸 물어보고 답을 받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우선 내년 운동량, 소모칼로리, 식사, 체온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개발, 연동해 반려동물의 행동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이다. 활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잠은 얼마나 자는지, 또 밥을 먹는 패턴은 어떤지 체크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반려동물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다. 글로벌 펫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반려동물용 종별 맞춤 영양제는 이미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 2월 품종별 맞춤 종합영양제 5종을 출시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강아지 품종인 몰티즈를 비롯해 푸들, 포메라니안, 골든리트리버, 고양이 코리안숏헤어 총 5종을 타깃으로 했다. 종별 유전적 특성을 고려했다. 예를 들어 몰티즈는 심장 이상 확률이 높아 이 부분을 고려한 영양제를 만들었다. 골든리트리버는 관절, 푸들은 눈·관절, 포메라니안은 호흡기·소화기와 관련 건강 이슈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영양제다.”
―브랜드 전문가인데, 펫 시장에 뛰어든 배경은.
“광고 시장의 디지털화와 AI 접목을 강조했지만, 너무 빨랐다. 시장이 따라오질 못했다. 그래서 직접 AI 설루션 기업에 들어가 3년간 AI와 데이터 시장을 경험했다. 동시에 30년 동안 광고 회사에서 남의 브랜드만 만들고 정작 내 브랜드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으로서 펫 시장을 보게 됐다. AI와 데이터를 펫 시장에 접목해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구상이었다.
사실 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은 모든 반려인의 꿈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반려동물이 병마에 시달리다 일찍 죽는 게 보통이다. 강아지, 고양이 등의 평균 수명은 인간의 4분의 1 정도다. 특히 반려동물은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우리가 아프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이런 문제를 개선, 반려인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퍼펫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는.
“우리는 ‘동물도 사람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이퀄(Equal)’을 가지고 있다. 품종별 영양제, 1대 1 맞춤 영양제 서비스 브랜드 모두 이퀄이다. 반려동물 중심의 브랜드이고 모든 게 반려동물의 눈높이에서 기획된다. 우리 앱을 통해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을 사람 기준으로 환산해 알 수도 있다.”
―약국과 협업도 진행 중인데.
“최근 약국 체인 휴베이스약국을 통해 1대 1 맞춤 반려동물 영양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약사가 고객에게 앱을 추천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휴베이스약국은 전국에 약 700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판매 약국을 늘리는 동시에 동물병원과도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동물병원과도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동물병원의 경우, 우리 제품에 수의사가 진료 후 필요한 영양제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버전 앱을 만들고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른바 ‘K펫’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