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물건을 파는 시대는 끝났어요. 먼저 써 본, 믿을 수 있는 소비자의 영향력이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1996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17년 사업가로 변신한 오종철 ‘안목고수’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자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동구매(공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당시로선 생소한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 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해 인플루언서를 내세워 다이어트에 좋은 효소 공구 트렌드를 주도했고, 2019년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과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유망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21년엔 인플루언서 공구 사업을 통해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오종철 대표는 "믿을 수 있는 소비자의 영향력이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장우정 기자

그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최상위 인플루언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며, 사명도 파라스타에서 안목고수로 바꾸었다. 이들을 대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숏폼(짧은 동영상) 리뷰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 ‘후추(Whochooz)’도 최근 베타(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10월 17일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미 1500가지 품목을 판매 중이며, 입소문만으로 3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오 대표는 “리뷰 조작이나 광고성 콘텐츠가 난무하는 다른 커머스와 달리 ‘진짜 리뷰’ 기반으로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2017년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아들 셋이 있는데, 아내가 산후 우울증을 겪었다. 아내가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유일했던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인스타그램이었다. 하루는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하던 지인 부부와 식사하다가 ‘요즘 인플루언서들이 옷을 너무 잘 팔더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내가 잘 아는 얘기가 나오니 말을 거들더라. 결국 지인이 만든 옷을 팔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연결해 주는 일을 시작했다. 엄마가 우울증을 극복하고 밝아지니 아이들도 행복해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엄마들도 인플루언서가 되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인플루언서 커머스라는 말이 퍼져있지 않을 때지만, 팬덤이 형성된 사람들 사이에서 구매가 활발해질 것이란 직감이 왔다.”

―공구 사업 외에 인플루언서 네트워크 모임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아는데.

당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뜨기 시작하니 유튜버들이 대거 소속된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 같은 곳에서 인플루언서를 영입해 계약하는 일이 많았다. 인플루언서는 누가 키워서 돈을 번 게 아니라 스스로 팔로어와 관계를 만들고 성장한 사람들이어서 MCN과 잘 맞지 않았고, 탈퇴하는 흐름이 잇따랐다. 각자도생이었다.

각자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대를 맺고 공생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문화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부터 8~10명의 인플루언서를 초대해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강연하는 커뮤니티 서비스 ‘안목고수’를 시작했고, 이때부터 사명도 바꾸었다. 이를 통해 80명의 검증된 최상위 인플루언서가 참여했다. 이들의 팔로어 수를 합쳐 보니 100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4월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가 인플루언서와 만나 경영과 인생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안목고수

예를 들어 지난해 4월 진행한 ‘경영의 안목’에선 직원 3000명을 두고 있는 준오헤어의 강윤선 대표를 초청해 경영에 고민이 있는 몇몇 인플루언서와 대담 자리를 마련했었고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언뜻 회사 수익과는 무관해 보인다.

“대가 없이 서로 나누고 배울 수 있는 모임을 만들다 보니 회사 제안에 대한 신뢰가 커져 공구 거래를 맺기가 수월해 졌다. 인플루언서 2명과 애플 스마트폰 신제품인 ‘아이폰16′ 사전 예약도 협업했다. 아이폰16 같은 제품을 공구할 수 있다 보니 인플루언서들의 자긍심도 올라간다.”

―'후추’라는 신규 서비스도 선보였다.

“인플루언서는 아닌데, 주변에 입소문 많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서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니 정보를 알려주는 것인데, 이 사람들도 소비자이면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후추는 이런 영향력 있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다. 요즘 공구 시장은 연예인까지 뛰어들었다. 일반인이 인플루언서로 나서기엔 심리적 장벽이 높다.

현재 후추에 입점해 있는 약 1500가지 상품을 보다가 이를 구매한 소비자 A가 이에 대한 리뷰를 30초 이내 숏폼 영상으로 올릴 수 있다. 기존 텍스트(글)와 이미지 중심이던 리뷰를 숏폼 형태로 대체해 후속 구매를 유도하고, 이 리뷰를 보고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수수료를 나누는 구조다. 매출액에 따라 최대 10%까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A는 리뷰만으로 수익화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를 보기만 해도 하루 최대 1500포인트가 쌓인다. 구매 시 최대 30%까지 이런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따로 없고, 소비자 사이의 진짜 리뷰 기반 관계 기반 구매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다른 유사 숏폼 커머스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후추에서 판매 중인 강아지 수제 간식 리뷰 영상. 직접 소비해 본 경험을 30초 이내로 짧게 공유할 수 있다. /후추

―인플루언서를 내세운 유사 숏폼 커머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대형 브랜드나 명품은 브랜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명성만으로도 이미 팬덤이 형성돼 있거나 TV 광고 등을 통해 누구나 아는 연예인을 모델로 써서 브랜딩할 수 있었다. 요즘은 TV도 잘 안 보고, 알려지지 않은 좋은 제품도 많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어디서 정보를 얻을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를 ‘먼저 써본, 믿을 수 있는 소비자’에게 구하자는 것이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기본이다. 브랜드가 물건 파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와 소비자 사이의 영향력, 팬덤이 물건을 팔 수 있고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소비자의 힘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요즘 여러 커머스에서 리뷰 조작이나 광고성 콘텐츠 문제가 커지고 있다. 후추는 구매 확정된 제품에 대해서만 리뷰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지난 8년간 공구한 제품 중 검증된 브랜드 제품이나 네이버(NAVER(035420)) 리뷰 평점이 4.9점 이상인 제품만 까다롭게 입점시키고 있다. 좋은 상품과 진짜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이어 나가 신뢰를 쌓아나갈 것이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소통테이너’라는 개인 브랜드가 있다.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웃을 일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사업할 생각이 전혀 없던 내가 아내가 웃는 걸 보고, 아이들이 웃는 걸 보고 인플루언서 커머스에 뛰어든 것처럼 말이다. 8년째 스타트업을 끌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직원들이 성장해 나가고 인플루언서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기획, 네트워크 행사에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감당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개그맨 때 다져놓은 기획력과 재치가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 사업에 관심이 많다. 아내가 그랬듯, 인플루언서들이 그랬듯 더 많은 엄마가 해방될 수 있도록 ‘엄마 대학’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돈을 많이 벌면 여기에 투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