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엔터테인먼트 4사 가운데 하이브(352820)와 YG엔터테인먼트가 국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사로부터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관련 활동·성과를 담은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며 성과 알리기에 나선 엔터사들이지만, 아직은 이사회 독립성 등 지배구조 개선에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ESG기준원(옛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하이브와 YG는 종합 평가 C(취약) 등급을 각각 받았다. 항목별로 보면, 두 회사 모두 환경 부문에서는 보통 내지는 양호를 뜻하는 B, B+를 받았고, 사회 부문에서도 각각 B+, A를 받았지만 지배구조에서 각각 C, D 등급으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래픽=정서희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는 ESG 종합 평가에서 각각 ‘B+’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두 회사는 환경·사회 부문에서도 A 또는 A+를 받으며 선전했다.

한국ESG기준원이 공개한 ESG 평가 방법론에 따르면, 기관은 ESG 경영을 위한 기업의 활동과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내부 체계·규정 등 시스템 구축 수준 등을 수십개 항목으로 ‘기본 평가’하고 있다. 감사 조직 체계를 갖추었으면 득점, 갖추지 않았으면 0점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기관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중대 이슈가 발생했는지 등을 ‘심화 평가’한다. ESG 리스크를 수반하는 부정적 사건·사고, 법적·행정적 제재 등이 있었는지에 따라 기본 평가로 받은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하이브가 기본 평가에서, YG는 심화 평가에서 각각 감점을 받은 것이 저조한 평가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틀을 잘 갖췄다고 평가받는 SM의 경우 평가 기간 내 있었던 경영권 분쟁이 심화 평가에서 점수를 깎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경서 고려대 명예교수는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확보했는지, 사외이사가 충분히 많이 있고, 이들 중심으로 회의가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는지 등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대한 항목이 비중 있게 평가되는데 여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급격히 성장한 엔터사들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지배구조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엔터사들의 사외이사 보수 수준이 이를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각 사의 202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하이브 사외이사 2인(하이브에서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1인 제외)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지난해 2400만원, YG는 1인당 3600만원이었다. SM은 사외이사 5명이 평균 3811만원, JYP도 단독 사외이사가 2940만원을 각각 받아 갔다. 2400만~3800만원 수준이다.

기업분석전문회사 한국CXO연구소가 15개 주요 업종별 매출 상위 20개 기업씩 총 300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1인당 평균 5737만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등기임원 대비 현저히 낮은 보수 등을 고려할 때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엔터사들은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YG의 경우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김동현 사외이사를 새로운 이사회 의장을 임명하고, 그 외에 회계·법무·투자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3명을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본격 행보를 시작한 하이브도 미비한 지배구조 체계를 순차적으로 메워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