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구성한 세트나 완성형 제품을 고르는 대신 가격 부담이 적은 단품을 소비자가 조합해 예산 내 만족도를 높이려는 소위 '가성비 꿀조합' 소비가 유행하는 모습입니다.
25일 유통·외식업계에 따르면 단품 메뉴를 모아 소비자가 스스로 조합한 제품을 먹거나 쓰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단품으로 사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체감 부담을 줄이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이츠의 피자 전문 브랜드 '피자몰' 조각피자 셀프 세트입니다. 피자몰 인근에 이랜드이츠의 즉석 섭취 식품 브랜드 '델리바이애슐리'가 함께 입점한 경우 2990원짜리 조각피자에 치킨·분식·샐러드 등 3000~5000원대 델리 메뉴를 더해 소비자가 스스로 '만원 이하 한 끼' 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피자몰의 조각피자 매출은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고, 전체 매출도 77%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피자몰 인근 델리바이애슐리 매장 매출도 타 점포 평균 매출 대비 30% 컸습니다.
편의점에서도 가성비 꿀조합이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가성비 치즈케이크' 레시피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핵심 재료인 빠다코코넛(롯데웰푸드)과 그릭요거트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났습니다.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282330)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3일 기준 빠다코코넛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5% 늘었고, 같은 기간 그릭요거트 매출은 98.2% 증가했습니다. 저렴한 가격대의 과자와 요거트를 조합해 비싼 치즈케이크 맛을 구현한 조합 소비의 영향입니다.
'편의점 만둣국', '윤남노 셰프의 9800원 편의점 누룽지탕' 등 컵라면을 활용한 조합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GS25 운영사 GS리테일(007070)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3일 기준 사리곰탕 컵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고, 냉동 만두 매출도 14.1% 늘었습니다. 누룽지탕을 만드는 재료인 스낵면과 누룽지 간편식 매출도 각각 8.6%, 22.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치즈와 냉동만두 매출도 각각 29%, 11% 늘었습니다. 모두 컵라면 꿀조합 대표 재료로 꼽힙니다.
이 같은 소비 방식은 생활 영역에서도 확산 중입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기초 화장품을 중심으로 소위 '물광 꿀조합'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성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스킨·토너·미스트 등 기초 스킨케어 제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90% 증가했고, 로션·크림·오일 등 보습 제품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70%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정해준 세트 제품이 소비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본인 예산과 취향에 맞춰 단품 조합을 하나씩 설계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무엇을 파느냐보다 소비자가 어떻게 조합해 먹고 쓰는지가 매출을 좌우하는 구조"라며 "고물가가 이어질수록 가성비 중심의 조합 소비를 전제로 한 상품 배치와 동선 설계가 중요해졌다"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조합 소비는 '내가 선택하고 완성했다'는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 주도권이 브랜드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는 소비자가 자유롭게 조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