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7월 15일)까지 아직 한 달 반가량 남았지만 삼계탕 가격은 벌써 들썩이고 있습니다. 닭고기 가격이 1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여름철 수요 증가,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올여름 '삼계탕 2만원 시대'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러스트=챗gpt

29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평균 육계 소매가격은 1㎏당 650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55원)보다 약 19.2% 올랐습니다. 지난달엔 육계 가격이 6582원을 기록해 2011년 4월(6911원) 이후 15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삼계탕 가격도 오르는 추세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으로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8154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7500원) 대비 3.73% 오른 수치입니다. 삼계탕 가격은 2024년 7월 1만7000원을 넘었고, 지난해 8월엔 1만8000원을 웃돌기도 했습니다. 일부 삼계탕 전문점에선 기본 삼계탕 한 그릇을 2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닭고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생산 기반 위축에 따른 공급 불안이 꼽힙니다. 지난해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AI 여파로 육용종계 3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닭고기 생산 기반이 위축된 탓입니다. 육용종계는 육계 생산의 기반이 되는 씨닭입니다.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육계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생산 기반 자체가 영향을 받은 만큼, 향후 수급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중동발(發)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해상 운임과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도 커져 사료 원가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철 수요 증가도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입니다. 삼계탕을 포함해 치킨 등 닭고기 소비가 유난히 무더운 여름에 집중되는 계절적 특성이 있는 데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무더운 날씨에 보양식을 찾는 소비자 수요도 예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닭고기는 여름철 대표 소비 품목인 만큼, 수요가 늘어날수록 가격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이라며 "공급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복날 등 성수기까지 겹치면 가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절기상 말복(末伏)을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이는 닭값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식업계 전반적인 원가 부담도 삼계탕 가격을 올리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힙니다. 닭고기 가격뿐 아니라 찹쌀과 마늘, 인삼 등 부재료 가격에 더해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가스요금 등 각종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경우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닭값뿐 아니라 각종 식재료와 공공요금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가격을 유지하고 싶어도 원가 상승폭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여름철 수급 안정을 위해 닭고기 3만톤(t)에 대한 긴급 할당관세를 추진하고, 육용종란 추가 수입 확대에도 나선 상태입니다. 다만 AI 여파와 성수기 수요, 외식업 원가 부담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업계는 빠른 시일 내 가격 안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복날 등 성수기를 앞두고 닭고기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단기간에 가격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삼계탕·치킨 등을 둘러싼 외식·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