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중심으로 형성됐던 식자재·식품 정기 구독 시장에 백화점이 뛰어들었습니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이 갓 도정한 프리미엄 쌀 정기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것입니다. 고물가 시대에 반복 구매 품목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식품 정기 구독 시장도 유통업계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6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 구독 시장은 발효유와 건강식 중심에서 쌀 등 원물 식재료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식품기업들은 이미 정기 구독 시장을 키워왔습니다. 정기 배송 가입자 200만명 이상을 확보한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자사몰 '프레딧'을 통해 발효유 외 신선식품까지 정기 배송 품목을 확대했고, 롯데웰푸드(280360)는 '월간과자', '월간생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상웰라이프는 균형영양식 브랜드 '뉴케어'를 중심으로 정기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식품기업 중심이던 시장에 백화점이 참여하면서 품목과 서비스 경쟁도 다변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신세계백화점 한식연구소 브랜드 '발효:곳간'은 이달 14일부터 프리미엄 쌀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구독 대상은 한식연구소 셰프·밥 소믈리에가 협업해 개발한 쌀 '옥로'입니다. 국산 품종인 삼광·백진주·여리향을 조합한 제품으로,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2주마다 산지에서 새로 도정한 쌀을 직배송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 구성도 소비자 맞춤형으로 450g부터 10㎏까지 세분화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 파인다이닝 '자주한상'에서 사용되던 옥로에 대한 고객 문의가 이어지면서 시작됐습니다. 밥맛이 좋은 쌀 품종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은 VIP 고객 일부를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뒤 이번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하게 됐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에서 '갓 도정'을 강조한 건 신선도와 밥맛 때문"이라며 "도정 직후가 가장 맛있다는 판단 아래 소비자가 최적의 상태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발효:곳간'은 신세계백화점이 한식과 전통성을 담아 전개하는 브랜드인 만큼, 이번 서비스도 프리미엄 식재료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존 식품 정기 구독 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프리미엄 쌀이라는 원물 식재료를 앞세운 차별화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쌀은 대표적인 생활 필수재이자 반복 구매 품목이라 정기 구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큰 상품"이라며 "최근엔 단순 배송을 넘어 도정 시점이나 품질 관리까지 결합한 서비스를 통해 새 시장을 열어보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나타나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식품 구독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 구독 시장 규모는 지난해 61억9000만달러(한화 약 9조3100억원)에서 올해 67억4000만달러(약 10조1300억원)로 커질 전망입니다. 오는 2032년엔 144억2000만달러(약 21조6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9.97% 수준입니다.
해외에서도 비(非)식품 기업들의 식품 구독 시장 진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서브스크라이브 앤 세이브(Subscribe & Save)' 서비스를 통해 생수·시리얼·커피 등 생활 필수재 기반의 반복 구매 품목 정기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를 계획형 소비, 이른바 '레디코어(Ready-core·할인 행사나 충동구매보다 필요한 상품을 미리 계획하고 반복 구매를 관리하는 소비 성향)' 소비 확산의 대응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복 구매 품목을 정기 배송 형태로 관리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식품 구독 시장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죠.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모든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반복 구매하는 필수 식품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라며 "정기 구독도 단순 할인형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품목과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술 발전과 소비자 수용성 확대 등으로 구독 서비스가 하나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식품 구독은 단순 배송을 넘어 품질 경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 구독 시장도 더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