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가 건강 트렌드 확산에 맞춰 건면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름에 튀기지 않아 일반 유탕면보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낮다는 점을 앞세워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층 공략에 나선 것입니다. 다만 업계는 건면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강조하기보다는 '부담을 덜어주는 라면' 정도로 포지셔닝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이유가 주목됩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면은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열풍으로 건조하는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일반 유탕면보다 지방과 열량이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농심 신라면 1회 제공량(120g)의 열량은 500㎉ 수준이지만, 신라면 건면(97g)은 350㎉ 수준입니다.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와 웰니스(Wellness)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라면업계는 건면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는 건면을 건강식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단정 짓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나트륨 함량은 유탕면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은 탓입니다. 신라면과 신라면 건면의 나트륨 함량은 모두 1790㎎ 수준입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건면이 더 건강하고 유탕면이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기름에 튀기지 않아 칼로리 부담을 줄이고 싶은 소비자들이 찾는 경향이 있고, 건면 특유의 깔끔한 맛 때문에 꾸준히 찾는 소비층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심은 2019년 '신라면 건면'을 출시하며 건면 시장 확대를 주도해왔습니다. 현재 신라면 건면은 월평균 약 20억원 수준 판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후 '짜파게티 더 블랙', '배홍동 칼빔면' 등 건면 제품군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수출용 비건·건면 제품 '순라면'도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농심의 건면 스테디셀러 제품인 '멸치칼국수'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10분 조리법' 레시피가 유행하면서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농심은 건면 사업 확대 의지도 꾸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농심은 2007년 부산 녹산공단에 건면 전문 생산시설인 녹산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건면 제품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도 건면 기반 브랜드 '탱글'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탱글은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강화한 컵파스타 콘셉트 제품입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탱글 브랜드를 통해 글로벌 컵파스타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풀무원은 전 제품을 건면으로 운영하며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건면 특유의 '국물 배임 부족'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면 내부에 미세 공극을 형성하는 특허 기술도 적용했습니다.
지난 2021년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면서 라면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하림도 건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챔라면, 더미식비빔면 등 유탕면 라인업도 갖췄지만 매출은 대부분 건면인 장인라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라면업계는 건면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제품 개발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라면의 본질은 '맛있는 한 끼'인 만큼 건면 역시 건강식보다는 부담을 덜어주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하는 분위기입니다. 건면이 음료업계의 '제로콜라'처럼 자리 잡을 가능성도 보고 있습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건면하면 건강할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유탕면 대비 맛이 별로라는 인식도 있어 건강 관련 문구는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다이어트' 등의 직접적인 표현은 식품 표시 광고법에 걸릴 수 있어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패키지에 칼로리 표시를 강조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건면 시장은 건강 관리에 관심 있는 소비층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라면 시장 자체가 맛 중심 소비가 강하다"며 "다이어트 목적보다는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부담이 덜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