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과 시장 규모가 작아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경쟁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배스킨라빈스에 이어 한화갤러리아(452260)의 '벤슨(Benson)', 미국 브랜드 '밴루엔(Van Leeuwen)'까지 가세하고 있다. 업계에선 아이스크림 소비가 국민 간식 중심에서 프리미엄 디저트 경험·취향 소비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빙과) 소매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2015년 2조184억원에서 2024년 1조4864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규모는 1조4100억원으로 추정된다. 10여 년 만에 시장 규모가 30.2% 줄어든 것이다.
이는 빙과업계 양강인 롯데웰푸드(280360)와 빙그레(005180)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국내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8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 감소했다. 주요 사업군 중 빙과 부문만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빙과류 매출은 6071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줄었다. 전체 실적 중 빙과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빙그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84억원이다. 전년 대비 32.7% 감소했다. 빙그레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선 빙과 시장 침체 배경으로 저출산에 따른 핵심 소비층 감소와 건강 중시 소비 확산을 꼽는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빙과 판매량이 증가하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아이스크림 소비도 줄어든 데다 저당·저칼로리·고단백 식품 선호도가 강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메로나·월드콘 같이 전 세대를 아우르고 시장을 주도할 히트 상품도 나오기 어려워진 셈"이라고 했다.
빙과 시장 특유의 할인 중심 판매 구조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편의점 1+1 행사와 아이스크림 할인점·무인 매장 확대 등이 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빙과는 싸게 사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유·설탕 등 원·부자재 가격 부담은 계속 커지는데, 빙과는 할인 판매가 일상화된 시장이라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며 "판매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박리다매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美 밴루엔도 진입… 치열해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경쟁
이처럼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자체는 축소되고 있지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커지는 분위기다. 상미당홀딩스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가 약 1700개 매장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한 가운데,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이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벤슨은 오는 7월까지 30개 매장을 내고, 2027년까지 전국 100개 매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까지 국내 상륙을 준비하면서 업계에선 향후 '3파전 구도'가 형성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밴루엔은 최근 투썸플레이스와 마스터프랜차이즈(MF·본사가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브랜드 로열티·수수료를 받고 기술 지원 및 브랜드 사용권을 판매하는 방식)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1호점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
밴루엔은 2008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스크림 트럭 1대로 출발해 스쿱샵을 중심으로 성장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인공 첨가물을 최소화한 원재료 중심 제품과 데어리 프리(Dairy Free) 방식의 비건 제품군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내 입지를 넓혀 왔다. 현재 미국 전역에 100개 안팎의 직영 스쿱샵과 1만개에 달하는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확대가 소비 양극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편의점과 마트 중심의 빙과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프리미엄 디저트 경험·취향 소비를 중시하는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신제품 하나로 여름 시즌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화하면서 특정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건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그 틈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파고든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지만, 기존 빙과 시장은 제품 변화나 신선함 측면에선 한계가 있었다"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수요가 커지는 것도 소비자들의 경험·취향 소비 성향과 맞물린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