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유통 일괄형(SPA)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초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과거엔 유동 인구 중심 상권에 대형 매장을 선보였다면,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 수요와 브랜드 경험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는 거점 중심으로 입지가 바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 /뉴스1

10일 유통·패션업계에 따르면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오는 22일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건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유니클로 명동점'을 연다. 지상 1층부터 3층까지 985평 규모로 구성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브랜드 주력 매장)다. 여성·남성·영유아 등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니클로는 과거 서울 강남대로에 대형 매장을 운영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노재팬 운동) 여파로 국내 점포 구조조정에 나섰던 2020년 강남점 영업을 종료했다. 같은 이유로 명동점도 2021년 1월 폐점했다. 강남보다 명동을 택하면서 유니클로는 4년여 만에 명동 상권에 복귀하게 됐다. 유니클로는 현재까지 강남 상권 내 신규 출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명동점 외 추가 플래그십 매장 오픈은 당분간 계획이 없다"며 "강남 상권 내 매장 출점도 현재 계획된 바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이번 선택을 단순 출점보다 '상권 재선택' 관점으로 해석한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관광 상권이다. 전 세계적인 케이(K)콘텐츠 열풍으로 명동 상권도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활기를 되찾자, 내국인과 해외 고객을 동시에 겨냥한 거점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약 1890만명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옷을 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지만 핵심 상권 대형 매장이 보여주는 브랜드 이미지를 무시할 순 없다. 단순 판매 외에 브랜드 경험·체험을 위한 공간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라며 "명동처럼 관광객 유입이 많은 곳은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선 상징성도 크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이는 유니클로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ZARA)도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명동 눈스퀘어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재단장(리뉴얼)해 개장했다. 이 매장엔 '자카페 서울(Zacaffe Seoul)'도 함께 들어섰다. 자카페 서울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선보인 자라 브랜드 카페다.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자라도 브랜드 경험과 체류형 소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명동 상권 공략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라는 강남대로에 있던 기존 강남역점을 신논현역 인근으로 옮긴다. 새 매장은 오는 8월 신논현역 7번 출구 앞 토스 오피스 건물에 들어올 예정이다. 자라 관계자는 "해당 매장은 단순 이전이 아닌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한 매장"이라며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국내 최대 규모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과거처럼 유동 인구 중심 입지에 점포를 늘리기보다, 대형 공간 확보와 고객 체류 및 브랜드 경험 요소 등을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점포 입지 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최근 신논현 일대는 호텔·식음료(F&B) 상권과 연계된 체류형 소비가 늘어나면서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기에 적합한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많았던 핵심 상권에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상징성이 큰 거점 매장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같은 브랜드라도 핵심 고객층과 상권 전략에 따라 입지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K패션·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한국이 아시아 소비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글로벌 브랜드들도 단순 매출보다 브랜드 경험과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거점 매장의 중요성을 함께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