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Buldak)'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 삼양식품(003230)이 자체 소유한 목장을 활용한 유가공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치즈·요거트·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을 중심으로 생산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단계로, 수익성이 악화된 목장 사업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삼양라운드힐(옛 삼양목장)에서 사육 중인 젖소의 원유를 활용한 유가공 제품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원유를 이용해 부라타 치즈 등 생(生)치즈와 아이스크림 등을 개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양라운드힐은 1972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에 약 600만평 규모로 조성된 목장으로, 젖소 약 2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삼양목장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 '오르닉(Ornic)' 브랜드로 요거트 제품도 선보였지만, 현재 해당 상품은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삼양식품은 현재 구체적인 사업화 여부가 정해진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라운드힐이 생산하는 유기농 원유를 활용해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치즈 등 유가공 제품과 관련한 범용 연구 인력도 모집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소규모로 제품 다변화를 시도하는 수준"이라며 "외부 유업체에 원유를 제공해 제품을 만드는 방식에서 나아가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형태가 가능한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이 자체 유제품 생산 가능성을 검토한 배경으로 수익성 개선의 필요성이 꼽힌다. 삼양라운드힐은 유기농 원유 생산과 함께 관광객 입장료, 카페 및 마트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려 왔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료와 현장 판매 매출 비중이 높은 구조인 만큼, 원유를 활용한 추가 수익원 발굴이 중요해졌다.
삼양라운드힐의 매출은 2023년 79억1100만원에서 2024년 79억3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억4900만원에서 마이너스(-) 14억8594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삼양라운드힐은 당시 감사보고서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목장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양식품의 이번 검토를 단순 사업 확대라기보다는 기존 자산 활용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체 목장을 보유한 만큼, 원유를 외부에 공급하는 데 그치기보다 내부에서 활용도를 높이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치즈·아이스크림 등 가공 유제품이 검토되는 점은 단순 우유보다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행보로 읽힌다. 기존 유업체와의 정면 경쟁을 피하면서도 브랜드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제품 시장은 이미 대형 업체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후발주자인 삼양식품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프리미엄 제품이나 체험·경험형 소비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원유업계 관계자는 "유제품은 유통망과 브랜드가 중요한 시장"이라며 "삼양식품처럼 국내외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가 일반 우유가 아닌 디저트 제품이나 체험형 소비재로 접근할 경우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닭' 브랜드의 매운맛과 치즈, 디저트 조합 등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드는 시너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실제 사업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체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제품화하고 수익으로 연결할지가 핵심 관건"이라며 "원유 생산부터 유제품 가공·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얼마나 촘촘히 설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