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한 잔씩 기울이다 보면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나. 좋은 술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싶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대전광역시 서구 영골길 본사에서 만난 조웅래(67) 선양소주 회장은 선양소주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700-5425′ 사업(컬러링)을 통해 음악으로 사람 사이를 연결한 것처럼 소주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2004년 지역 주류 업체 선양주조를 인수한 뒤 22년째 이끌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대전광역시 서구 영골길 본사에서 만난 조웅래(67) 선양소주 회장이 선양소주 대표 제품들을 보여주면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선양소주 제공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조 회장은 정보기술(IT) 벤처 1세대 창업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0년대 초 전화 자동 음악(소리) 연결 서비스 사업 '700-5425′를 선보였다. 당시 이 사업은 휴대전화 보급 확산으로 히트했다. 음악(소리)으로 감정을 전하고 사람을 연결한 사업으로 성과를 낸 그는 술도 사람을 잇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주류업에 뛰어들었다.

선양소주는 충청권 대표 소주 기업이다. 1973년 충청권 33개 소주 회사가 모여 만든 '금관주조'가 전신이다. 이듬해 '선양주조'로 사명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지역 소주를 생산했다. 조 회장의 인수 후 2013년 '맥키스컴퍼니'로 이름을 바꿨다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2023년 사명을 '선양소주'로 변경했다.

최근 선양소주는 시중 소주 대비 절반 가격으로 출시한 '착한소주 990'으로 화제를 모았다. 조 회장은 "착한소주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면서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착한소주 990은 전국 동네 슈퍼마켓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990원짜리 소주가 가능한 배경엔 비용 절감이 있었다. 선양소주는 연예인 모델 대신 조 회장이 직접 제품을 홍보한다. 모델료 외에도 자체 영상 제작·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을 통한 홍보 등으로 비용을 줄였다. 다만 이를 지속하는 건 어렵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내부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3개월 정도 한시적으로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세와 유통 마진이 더해지는 소주 가격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소주는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데다(종가세) 도·소매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붙는 구조다. 원가만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광고·마케팅 비용까지 더해지면 가격 인하는 더 어렵다. 선양소주도 내부 비용을 줄여 990원 가격을 맞춘 만큼, 이를 장기간 이어가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양소주에서 선보인 '착한소주 990.' /선양소주 제공

ㅡ'K소주=녹색병'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투명한 백색병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케이(K)소주' 하면 초록색 병에 담긴 모습을 주로 떠올린다. 그만큼 익숙한 이미지다. 다만 술도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맛뿐 아니라 시각부터 촉감까지 모두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 혼술 문화가 많아졌는데, 식탁 위 초록병 소주는 허전하거나 쓸쓸한 느낌을 주더라. '백색병 K소주'의 선두주자로 미감까지 좋은 술이라는 이미지를 추구하고 싶었다."

ㅡ그런데 '착한소주 990'은 초록병으로 출시했다.

"가격을 낮추려면 기존의 공병 시스템을 써야 한다. 초록병은 회수·재사용 구조가 갖춰져 있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백색병은 아직 그런 구조가 없어 같은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 가격을 맞추고자 초록병을 썼을 뿐, 백색병이 선양소주의 정체성이다."

ㅡ연예인 모델 대신 직접 홍보에 나선 이유는.

"요즘은 SNS 시대다. 마라톤이나 맛집 탐방 등 내 일상을 보여주면서 소비자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었다. 작년 SNS 콘텐츠 누적 조회수가 2억5000만뷰에 달했을 정도다. 또 젊은 소비자층과 접점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 13일 대전광역시 서구 영골길 본사에서 만난 조웅래(67) 선양소주 회장이 선양소주의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양소주 제공

ㅡ선양소주가 지향하는 소주는.

"술도 음식이다.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 그런데 소주는 식당에서 주는 대로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가 브랜드나 맛을 비교해 고를 기회 자체가 적었다는 얘기다. '맛'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술도 음식인 만큼, 결국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 선양소주가 쌀과 보리를 발효·증류한 고품질의 원액을 찾고자 연구·개발하는 이유다. 선양오크가 대중의 호응을 얻은 것도 결국 맛 때문 아닌가."

ㅡ그렇다면 '맛있는 소주'는 무엇인가.

"목 넘김이 부드럽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되,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한 술이다. 이를 위해 2006년 자체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산소숙성공법'을 소주에 적용해 26ppm의 산소를 함유하도록 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소주는 8ppm 정도니까 3배 정도 많다. 아무리 많이 마셔도 아침이 개운하다는 소비자평도 많다. 좋은 원액과 더불어 숙취 없는 술, 그게 맛있는 소주다."

ㅡ좋은 원액을 위해 오크통에도 투자하는가.

"맛있고 좋은 술을 만들려면 고품질의 원액은 필수 조건이다. 원액은 쌀이나 보리를 발효해서 증류한 뒤 오크통이나 탱크에서 숙성한다. 이때 오크통은 버번 위스키로 유명한 미국 켄터키 주에서 들여온다. 현재 선양소주 본사·공장엔 1000여 개의 오크통이 보관돼 있다."

ㅡ호주에 먼저 과일소주를 수출한다던데.

"호주에서 먼저 반응이 나왔다. 현지에서 선양소주를 접한 뒤 과일소주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제품군을 과일소주까지 확장하게 됐다. 맛도 좋고, 패키지도 예쁘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 것으로 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대전광역시 서구 영골길 본사에서 만난 조웅래(67) 선양소주 회장이 인터뷰 질문을 듣고 있다. /선양소주 제공

ㅡ과일소주도 해외 전략의 한 축인가.

"그렇다. 과거 과일소주가 인공적인 맛으로 달기만 하고 뒤끝도 안 좋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떠올라 우리는 자연스러운 단맛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고, 숙취를 줄이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ㅡ해외 시장 반응은 어떤가.

"해외에선 아직 여행객이나 교민 중심으로 소주가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소주=초록병'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현지 소비자들은 그런 편견이 없다. 맛으로만 평가한다. 현지 음식과 잘 어울리고 부드러운 소주로 우리 술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웃음). 그런 점에서 백색병 K소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ㅡ해외 생산 계획도 있나.

"미얀마에 공장을 짓고 있다. 설비까지 모두 갖추면 바로 소주를 생산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생산부터 유통까지 현지에서 풀어내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

ㅡ선양소주가 그리는 중장기 목표가 있다면.

"당장은 유통망을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시장에 진열되지 못하면 팔기 어렵다. 소주를 가장 잘 만드는 전문 기업으로 백색병 K소주의 선두 브랜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