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일부 식품업체가 가격을 인하했지만 외식 업계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동결하는 분위기다. 공산품과 달리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의 사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외식 업체는 초저가 메뉴를 속속 선보이며 사실상의 가격 인하 효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가 출시한 2500원 버거와 써브웨이가 출시한 4300원 피자썹. /각 사 제공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식용유·제과 등 가공식품 업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면담 후 정부 요청에 따라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들은 평균 4~14% 수준의 가격 인하를 결정했고, 제빵·제과업계도 일부 제품 가격을 낮췄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과 소비자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 특성상 가격 인하 압박이 크다고 설명한다.

반면 외식업계는 최근까지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KFC,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등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하거나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앞서 KFC는 치킨·버거 등 총 23종 메뉴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주요 버거 메뉴 가격을 100~400원가량 인상했다. 맘스터치도 단품 기준 총 43개 품목에 평균 2.8% 인상률을 적용했다. KFC 등 일부 업체는 가격을 인상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추가로 인상했다.

외식업계는 식재료뿐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고정비 비중이 커 가격 인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가 중심인 구조로 정부가 직접적인 가격 개입을 하기 어려운 점도 식품업계와 다른 부분으로 꼽힌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내 주요 외식업 7개사와 만났다. 직접적인 가격 인하 압박보다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줄이려는 경우, 해당 사실을 소비자에게 사전 공지하는 내용의 '가격 인상 등 정보제공 협약'을 체결하는 선에서 그쳤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은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커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됐고, 가맹점주 상황 등을 고려하면 메뉴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며 "정부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직접적인 가격 인하 압박이 아닌 가격 인상 정보제공 협약 체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 외식업체는 가격 인하 대신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초저가 메뉴 카드를 대안으로 꺼내 들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저가 메뉴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외식 물가 상승률은 2.9%를 기록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웃돌았다.

버거·도시락·샌드위치 등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2000~5000원대 메뉴를 잇달아 출시하며 가성비 수요 공략에 나섰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최근 2000원대 단품 버거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달 22일까지 점심시간 동안 인기메뉴 세트 5종을 5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써브웨이는 4300원에 판매되는 신메뉴 '피자썹'을 출시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은 '마요 시리즈' 등 3000원대 메뉴를 내세웠다.

이랜드이츠는 피자몰의 조각 피자를 개당 2990~3990원에 판다. 이전까지 뷔페 위주로 매장을 운영했지만, 지난해 1월부터는 대형마트 입점 전문몰 매장을 중심으로 조각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컴포즈커피와 메가MGC커피는 포장 기준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 1800~2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생필품과 식사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다"며 "소비가 침체돼 있어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초저가 메뉴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초저가 경쟁은 단기적으로는 집객 효과가 있지만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가맹점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소비가 침체됐을 때 초저가 제품을 미끼 상품으로 활용해 소비를 유인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며 "다만 최근 소비자들이 높은 외식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미끼 상품만 소비하고 추가 소비 유인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객을 유인한 뒤 세트 판매 등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