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005610) 최대 생산 기지인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장에서 지난 3일 화재가 발생해 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시화공장은 국내 양산 빵의 70%를 생산하는 SPC삼립의 핵심 생산 기지다. 이 공장은 지난해 5월 인명 사고 발생 후 1개월 이상 생산이 중단됐던 곳이다. 단기간 내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빵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일 오후 경기 시흥시 정왕동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9분쯤 경기 시흥시 정왕동 SPC삼립 시화공장 4층 구조의 R동(생산동) 3층 식빵 생산 라인에서 불이 났다. 3층에는 12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 중 10명은 스스로 대피했고, 2명은 각각 4층과 옥상으로 대피한 뒤 소방대에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40대 여성, 20대 남성, 50대 남성 등 모두 3명이 연기를 흡입해 경상을 입었다. 불은 신고 약 8시간 만인 오후 10시 49분쯤 진화됐다.

시화공장은 양산 빵뿐 아니라 간편식, 주요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B2B(기업 간 거래)용 버거 번 등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다. 이 공장은 즉시 생산을 중단했다. 편의점·대형마트·외식 프랜차이즈 등 빵 수요처로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화공장은 지난해 5월 19일 크림빵 생산 라인에서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및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현재 수사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7월 이 공장을 방문해 안전 관리 문제에 대해 질책한 바 있다. 시화공장은 사고 발생 후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중단 36일 만인 지난해 6월 24일 가동을 재개했다.

시화공장 가동 중단 기간 동안 롯데리아·노브랜드버거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번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버거 번 공급 일정이 불규칙해지면서 일부 매장은 운영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식전 빵을 제공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의 경우 빵 제공을 5주간 중단했다. 편의점·마트에서도 '포켓몬빵', '보름달' 등 주요 SPC삼립의 양산 빵 판매가 일시 중단됐다.

한 햄버거 업계 관계자는 "당장 차질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공장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경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지난해 인명 사고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을 당시 버거 업계가 수급처 다변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 이번 사태에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햄버거 빵을 SPC삼립과 롯데웰푸드(280360), 복수의 중소기업 등에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간편식 등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편의점 업계는 일부 빵 품목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시화 공장에서 생산한 빵 20종, 냉장면 3종에 대해 모든 점포에서 판매를 중단했고, 햄버거 10종과 샌드위치 4종은 나주·대구·경산·진주·김해·양산을 제외한 나머지 센터에서 납품을 중단했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시화공장에 발주한 전체 상품 중 빵 22종, 냉장식품 6종 등의 판매를 중단했다. 세븐일레븐은 오포·양주·수도권 냉장·김제·인천·해안기흥·일산·수원·원주·세종·안성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는 샌드위치와 버거 등 10여 종의 제품이 결품됐다. 이마트24는 샌드위치 3종, 햄버거 4종, 상온 빵 19종의 판매를 임시 중단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일부 빵 품목이 운영 중단된다. 공장의 빠른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판매하는 빵 종류가 다양해서 대체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매장에 안내 중"이라고 했다.

업계는 가동 중단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명 사고 당시 공장 가동 중단으로 빵 수급에 차질이 생겨 대체 빵을 사용했다"며 "올해도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화재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에서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 화재조사관 등 20명가량이 참여했다. SPC삼립 관계자는 빵 공급 차질 가능성, 공장 재가동 시기 등에 대해 "합동 감식이 진행 중이고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공식 입장을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해야 공장 재가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제품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체 생산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SPC그룹은 지난 2022년 경기 평택시 SPL공장 사고 이후 불매 운동이 번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노후 기계 교체 등의 안전관리 예산으로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5월 시화공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오는 2027년까지 총 624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SPC그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SPC안전 경영 혁신 방안 대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같은 해 5월 말까지 안전 설비 확충 및 고강도 위험 작업 자동화 등에 총 969억원을 투입했다. 이 같은 자금 투입에도 같은 공장에서 사고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