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서 너도나도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느린 노화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실적과 무관하게 입을 모아 건기식 제품 강화를 외치는 이유입니다.

잭앤펄스 팝업스토어를 둘러보는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화려한 실적을 발표했던 삼양식품은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만으로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원동력인 불닭볶음면 이후의 성장동력을 미리 마련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잭앤펄스에 대한 지원은 전폭적입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잭앤펄스 팝업스토어에 방문해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며 힘을 실어줬습니다. 또 주요 사업인 만큼 오너 3세인 전병우 헬스케어BU장(상무)이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의 행보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신라면으로 라면업계 절대 강자로 꼽히는 농심도 건기식 부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을 내놓고 콜라겐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특허 유산균을 배합한 ‘라이필 바이탈 락토 키즈’ 등이 대표적입니다.

오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뚜기는 2012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네이처바이’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오뚜기 카레의 주 성분인 강황과 케첩의 주 원료인 토마토의 커큐민이나 라이코펜을 중심으로 한 건기식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건기식 시장도 어렵다는 얘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10년 전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었던 오뚜기는 네이처바이 브랜드를 단 건기식을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판매가 늘어도 마케팅비용을 빼면 막상 손에 쥐는 게 없다고 한탄합니다.

농심은 라이필 더마 콜라겐 모델로 신민아를 내세웠다. /농심 제공

이는 일단 경쟁이 너무 치열한 탓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인허가를 받은 건기식 제조업체는 508곳이었습니다. 2021년엔 539곳, 2023년엔 591곳으로 지속적으로 늘었습니다.

반면 시장 규모의 성장성은 둔화하고 있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시장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1년 5조69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2022년엔 6조1498억원으로 같은 기간 8.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3년에는 6조2022억원으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0.9%에 그쳤습니다.

이는 건기식을 새로 출시하는 데 큰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건기식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을 의미합니다. 시중에 판매된 건기식 대부분이 기능성 원료 중 ‘고시형’을 근간으로 만들어집니다.

고시형은 건강기능식품공전에 등재된 기존 원료입니다. 이를 근간으로 건기식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도 쉽게 건기식을 만들어 팔 수 있는 배경입니다.

유행에 맞게 ‘치고 빠지는’ 건기식도 많습니다. 밀크시슬, 루테인, 폴리페놀, 저분자 콜라겐 등이 대표적입니다. 새로운 원료를 소개하면서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콘셉트로 제품을 만들어 마케팅을 통해 매출만 키우려는 곳도 많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를 차별화해서 판매하려고 해도 소비자에게 소구하기가 어렵고, 실제로는 하나 더 껴주면 사는 식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화장품 브랜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결국 건기식도 해외에서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회사만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장품처럼 국내 시장이 포화하더라도 해외에서 입소문이 나서 매출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숨통이 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시장만 봐서는 이미 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뜻입니다.

건기식이 해외 케이(K)푸드 바람을 타고 식품업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