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경쟁하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비용 전가’ 논란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소비자가 식음업장에서 같은 메뉴를 주문하더라도 매장과 배달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면서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입니다.
공방전은 쿠팡이츠가 ‘자사는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지 않는다. 특정 업체가 외식업주에게 이 부담을 전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배민은 이 주장이 사실 왜곡이라며 강하게 맞섰습니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경쟁 과열에 따른 사태로 봅니다. 일각에서는 지방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 쿠팡이 자사 서비스를 어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합니다.
◇ 쿠팡 ‘배민, 점주에 부담 떠넘겨’ vs 배민 ‘쿠팡보다 중개이용료 낮아’
25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한 배달앱 업체가 당사와 관련해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한다고 표현하며 이중가격제의 원인이 당사에 있는 것처럼 특정 업체만의 문제라고 밝혔다”면서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쿠팡이츠가 전날(24일) ‘자사는 무료배달에 따른 고객부담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습니다’라며 발표한 내용에 대한 맞대응입니다. 쿠팡이츠는 “와우 회원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 어떤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고 주장 했습니다.
쿠팡이츠는 또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마치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쿠팡이츠는 수수료를 동결하고 방문 포장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면, 타사는 요금제 변경·포장수수료 유료화·중개 수수료 인상 및 고객배달비 업주부담 등으로 무료 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정 업체만의 문제를 모든 배달 업체의 문제로 호도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츠의 이러한 주장이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점을 가지고 사실을 왜곡해 호도하는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쿠팡이츠는 모든 배달을 자체 라이더를 통해서만 운영하고 있지만, 배민의 경우 외식업주가 배달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을 수행하는 가게배달을 운영하고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 배민은 가게배달과 배민배달 두 가지 종류의 배달 형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게배달은 외식업주가 부릉·바로고·만나플러스·생각대로 등 배달 대행 업체와 계약을 맺어 직접 배달팁을 설정하기에, 배민이 배달비 부담을 업주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배민의 주장입니다.
배민은 또, 가게배달을 사용하는 외식업주가 무료배달을 선택할 경우 배달비를 건 당 2000원씩 지원하고 있고 중개이용료 역시 6.8%로 경쟁사보다 3%포인트 낮다고 했습니다. 배민배달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중개이용료보다 3%포인트 낮은 수치로, 최근 변동된 바 없다고도 했습니다.
배민배달은 배민이 자체 라이더를 중개해 배달을 수행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업주 부담 배달비가 2900원으로 쿠팡과 같고, 무료배달을 선택하더라도 그 비용을 플랫폼이 부담합니다. 중개이용료도 9.8%로 쿠팡과 동일하나 멤버십 서비스 가격은 배민이 월 1990원, 쿠팡은 7890원이라는 것이 배민의 설명입니다.
배민은 쿠팡은 쿠팡이츠 무료배달 시행 이후 멤버십 가격을 2900원 인상했다고 지적하면서, 쿠팡이 이중가격제 원인이 당사에 있다는 식의 주장을 지속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쿠팡은 배민의 배달 서비스 가운데 가게배달을 포인트로, 배민은 쿠팡 와우의 많은 혜택 가운데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부각시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쿠팡은 배민이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외식업주에 전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배민은 쿠팡이 무료배달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 배달 업계 경쟁 과열 따른 사태... 일각선 “전략적 갈등”
배달 업계에서는 이러한 신경전이 결국 배민과 쿠팡의 경쟁 과열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배달시장이 침체된 환경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세를 늘린 쿠팡이츠가 수도권 외 지역으로도 확장을 노리면서 전략적으로 갈등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앱 분석 서비스 업체 등에 따른 지난달 쿠팡이츠의 배달 시장 점유율은 22.7%로 배민(58.7%)에 비해 한참 낮은 수치이나, 수도권에서의 점유율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서울 중심 지역인 강남·서초구에서는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배민을 앞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이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셈이라 지방 시장에서는 약세를 보이는 상황인데, 배민은 지방 시장에서는 라이더 수급 문제로 인해 가게배달 중심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이를 노리고 자사 서비스의 강점을 내세우기 위해 가게배달을 콕 집어 비교하여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는 것입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대행 업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아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라이더 확보에 강점을 갖는다”면서 “이 때문에 배민 역시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배민배달보다 가게배달 비중이 훨씬 높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요 배달 대행 업체 4개 사가 수행하는 월 배달 건수가 4000만~5000만건인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지방에서 나오는 만큼 쿠팡이 이 영역을 공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민 가게배달과 자사 서비스를 비교했을 수 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