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업체 바로고가 본사 사옥 외부에 별도로 운영하던 사무실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바로고는 최근 업황 부진과 배달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배달 확대로 인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배달 업계에 따르면 바로고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운영하던 외부 사무실의 운영을 중단했다. 해당 공간에 근무하던 조직은 해당 건물에서 110m가량 떨어진 바로고 본사로 편입됐다.
바로고는 최근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번 외부 사무실 운영 중단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바로고는 최근 26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80명가량을 내보냈다.
바로고가 지난해 지출한 급여는 137억원, 직원 한 명당 평균 급여는 약 5100만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바로고는 구조조정으로 연간 약 41억원의 지출을 줄이게 됐다. 지난해 지출한 영업비용 1850억원의 2% 수준이다.
바로고의 지난해 매출액은 1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영업손실 역시 100억원 이상 손실 규모를 줄이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영업비용이 늘면서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바로고는 2014년 설립 이후 큰 폭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면서도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의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669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회사의 연평균 매출 신장률은 30%다.
바로고는 2018년 시리즈A에서 위대한상상으로부터 200억원을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2년 시리즈D까지 약 1720억원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누적 적자가 커지고 투자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생을 위해 수익성 제고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바로고는 임직원 구조조정 외에도 포스(POS·판매관리시스템) 사업과 공유주방 사업인 도시주방 역시 사업 확장을 중단했다. 일부 비효율적인 부분은 사업을 축소키도 했다. 바로고는 오는 10월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이러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바로고가 대대적인 수익성 제고 작업에 나선 것은 회사의 재무적인 요인도 있지만, 악화하는 업황에 적응하기 위함도 있다.
바로고는 소비자가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의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식당에 주문을 하면, 식당 점주가 배달 라이더를 호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다.
소비자가 배달비를 지불하면 여기에서 받는 1건당 55~85원의 프로그램 사용료(배달대행료)가 바로고의 주 수입원이다. 지난해 바로고의 배달대행료는 123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73%에 이른다.
하지만,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바로고와 같은 업체에 배달을 위탁하지 않고, 자사 소속 라이더를 활용한 배달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배달대행료를 올릴 수 있는 위탁 배달 건수 자체가 줄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바로고와 같은 배달 대행사는 한 달에 약 3000만~4000만 건의 위탁배달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배달 앱 회사가 자체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기 전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30% 줄어든 수치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1월 배민1플러스를 출시했고, 쿠팡이츠는 지난해 4월 멤버십 회원에게 쿠팡이츠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 데 이어, 지난 3월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바로고가 수익성 개선 작업으로 BEP를 달성한다면 그 자체로 유의미한 일일 것”이라면서도 “배달 앱의 자체 배달 확대 기조가 이어진다면, BEP 달성 이후 전략 역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