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공산품일까, 농산물일까.

흔히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을 떠올리면 포도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광활한 초원을 생각한다. 그러나 대다수 포도 농사는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 오히려 순리를 거스르는 편에 가깝다.

효율적으로 포도 수확량을 높이려면 다른 농산물이 그렇듯 화학 비료를 다량 사용해야 한다. 곰팡이나 진딧물 같은 병충해를 값싸게 막으려면 당연히 농약도 써야 한다. 포도는 건조한 곳에서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서 자랄 수록 당도가 올라간다. 뜨겁고 메마른 환경에서 포도를 키울 만큼 충분한 물을 구하려면 멀리서 수로를 끌어오는 대규모 공사가 필수다. 땅을 파헤치는 관개 농사도 피할 수 없다.

사뭇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와인 산업이지만, 뒤에서는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행위가 이어진다. 특히 대량 생산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과학 기술이 따라온다. 해마다 수백만 병 이상 팔리는 거대 브랜드 와인일수록 이런 성격은 뚜렷해진다.

일부 와인 생산자들은 이렇게 자연을 파괴하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거부했다. ‘자연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 와인 생산자들은 20세기 중후반부터 공장식 와인 생산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대량으로 와인을 만드는 대신, 집에서 동치미를 담그듯 적은 양으로 술을 빚었다.

1909년 독일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가 화학 비료를 대량 생산하는 법을 발명하고,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지 20~3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화학비료의 폭발적인 효과를 누렸던 다른 농부들은 이들을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래도 자연주의적 와인 생산자들은 수십 년 내내 화학비료를 거부했다. 자연 비료만 사용한다든가, 달의 움직임 주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포도 생장을 돕는 대체 농법을 꾸준히 연구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들의 노력은 50년이 지난 무렵에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전문가들은 점차 화학비료가 지하수와 토양 오염의 주범이라고 꼬집기 시작했다. 농산물이 채 흡수하지 못한 화학비료는 도리어 토양을 황폐화하고, 지력을 약화시킨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화학비료를 사용했던 와이너리들도 2000년대 이후부터는 심각함을 깨달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매년 밭을 유기농으로 되돌리는 데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는 전 세계 포도밭 가운데 7%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포도밭이다.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그래도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3%에 달한다.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내추럴 와인 부문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받은 게쉭트 원 드롭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4개 품종을 섞어 만드는 내추럴 와인이다.

이 와인을 만드는 도멘 게쉭트는 1998년부터 유기농으로 포도를 키우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2008년부터는 이산화황과 산화방지제 같은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내추럴 와인 양조 방식을 따른다.

원 드롭은 한 방울이라는 영어 단어다. 소비자가 마시는 와인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게쉭트는 이 와인 판매 수익 일부를 매년 아프리카 말리라는 나라 투아레그족 거주 지역에 기부한다. 이 자금은 지금껏 현지 자선활동 단체를 거쳐 의료 기관과 교육 시설, 급수 장비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세상을 바꾸는 한 방울을 추구한다고 품질과 타협하진 않았다.

이들이 포도를 키우는 밭은 프랑스 알자스 중남부 콜마 인근 암메르슈비르(Ammerschwihr)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은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가파른 경사면 지역에 있어 자연적으로 병충해를 예방하기 좋다.

토양 역시 중생대 쥐라기 시대부터 켜켜이 쌓인 오래된 퇴적층이다. 이런 점토, 석회질 땅에서 유기농법으로 자란 포도는 오래도록 땅이 간직해온 다양한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와인에도 이 미묘한 맛과 향이 상당 부분 반영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와인의 수입사는 비노파라다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