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두 그릇에 수육을 하나 주문해서 먹었는데 6만5000원이 나왔어요. 보통 냉면과 비교하면 맛은 있지만, 조금 바가지 가격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3일 오후 친구와 나들이 겸 나와 서울 종로구 을지면옥에서 식사를 마친 김정윤(22)씨는 음식값을 내고 이렇게 말했다.
을지면옥은 서울 을지로에 있다가 세운상가 재개발로 건물이 철거되면서 2022년 6월 영업을 마쳤다가 2년 만에 종로에 다시 문을 연 곳인데, 영업을 재개하면서 냉면값을 기존 1만3000원에서 2000원 올렸다.
냉면뿐 아니라 치킨·햄버거·김밥·커피 업체들도 지난달 판매 가격을 줄지어 인상하면서 가정의 달인 5월 소비자들의 외식비 부담이 커졌다.
굽네치킨은 지난달 15일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을 이유로 9개 메뉴 가격을 1900원씩 인상하면서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을 1만99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 김선생도 메뉴 가격을 지난달 9일부터 100~500원씩 인상했고,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도 지난달 22일 카페라테 등 음료 7종의 판매 가격을 200~500원 인상했다.
외식 업체들의 가격 인상 러쉬에 지난달 2%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와 달리 외식 물가는 3%대를 유지했다.
통계청이 전날(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두 달 연속으로 3.1%를 기록했으나, 석 달 만에 2%대로 둔화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외식 물가지수는 전체 물가지수를 상회하는 120.53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3% 상승했다.
이러한 외식 물가 상승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재료비가 한 원인이다. 식재료를 포함한 식품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면서, 외식 업장들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식품 물가지수는 121.82로, 전월 대비 0.5% 하락하긴 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해서는 4.5% 올랐다. 이 수치는 2021년 4월에는 116.83를 기록한 뒤 2022년 4월 109.75로 꺾였으나, 2023년 116.58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의 경우 135.14를 기록하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크게 상회했다. 이 지수는 전월 대비 3.7%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9.1%나 올랐다.
신선식품 지수가 전월 대비 감소했음에도 주요 외식업체들이 이달에도 가격을 연이어 인상하면서, 외식 물가는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는 이달 1일부터 메뉴 가격을 평균 2.8% 인상했고,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하삼동은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음료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하삼동 역시 같은 날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음료 메뉴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전문가들은 외식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면이 있더라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재료비가 올라 수익성이 떨어져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의 외식 수요가 줄어도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면서 “경영자도 그렇지만 소비자들도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무작정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다양한 정부 정책 등을 활용하면서 고통 분담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