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CJ제일제당(097950)이 ‘비비고 왕교자’를 이을 신제품으로 한국에 소개한 제품은 ‘비비고 통새우만두’였습니다. 새우를 잘게 다져 넣던 기존 새우만두와 달리 원물을 통째로 넣은 제품입니다.

매일 신제품이 쏟아지는 식품업계에서 이 제품이 주목받은 이유는 국내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로 역으로 들여온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비비고 통새우만두는 CJ제일제당이 베트남에 위치한 키즈나 공장에서 만들어 수입하는 제품입니다.

비비고 통새우만두./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 제품은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됐으며,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Test bed)로 삼아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수출 국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외 생산 기지에서 만들어져 한국 시장으로 수입된 제품은 통새우만두 이전에는 ‘CJ까우제 스프링롤’이 유일합니다.

통상 국내 식품 기업은 신제품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서 한국 시장에서 먼저 내놓고, 반응을 1년여간 지켜봤습니다. 가령 CJ제일제당의 메가 히트 상품인 ‘비비고 왕교자’는 지난 2013년 인천 공장에서 생산돼 2014년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판매됐습니다.

이는 우리 식품 기업의 해외 생산 기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아태∙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첨단 식품 생산기지로 키즈나 공장을 준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2025년까지 키즈나 공장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이곳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을 3배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생산→글로벌 수출 모델이 적용된 첫 해외 제조 기지”라며 “그간 글로벌 시장 공략은 ‘국내 생산→해외 수출’, ‘해외 현지 생산 및 현지 판매’가 주를 이뤘는데, 주력 제품을 이제 키즈나 공장에서 곧바로 다른 해외 인접 국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생산 기지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만 판매되던 제품이 한국에 나중에 들어오는 사례도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오히려 국내 식품 기업의 제품을 해외에서 직구(직접구매)해 소비하는 등 해외 판매 제품에 큰 관심 보이기 시작하면서죠.

수출이 전체 매출의 약 70%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다른 식품기업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맞춤형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의 3분기 해외 매출은 2398억원이었는데, 국내 매출은 955억원입니다. 대표적인 해외 공략 제품은 야끼소바 불닭볶음면과 하바네로 불닭볶음면입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삼양식품 제공

올해 6월 삼양식품(003230)은 이 두 가지 맛을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제품은 원래 각각 일본과 미국 시장 맞춤형으로 선보인 제품입니다. 하바네로 불닭은 지난해 5월 미국 시장에서, 야끼소바 불닭은 올해 2월 일본에서 먼저 출시됐습니다.

해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알려지며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죠. 국내에서는 단종됐었다가 동남아시아 국가 등지에서 판매를 이어갔던 불닭볶음탕면 또한 유튜브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역직구’가 이뤄졌습니다.

결국 불닭볶음탕면은 한국 시장에서 지난 6월 재출시됐습니다. 지난달 삼양식품이 내놓은 불닭 신제품 똠얌불닭볶음탕면도 미국 수출 전용 제품으로만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을 먼저 테스트베드로 삼는 게 아니라, 해외 소비자 맞춤용 제품을 만들어 먼저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경우가 증가한 것이죠.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식품업계가 해외 생산 기지에서 제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거나,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을 추후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두고 ‘K-푸드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국내 식품 기업들이 더 이상 시장이나 생산 기지를 한국에 한정 짓지 않고, 글로벌로 눈을 넓히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K-푸드 인기가 확산될 수록 이 같은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