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현상이 예고돼 하반기 가공 식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흰 우유 및 유제품 가격이 뛰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시작된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원가 상승에 국내 식품 업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의 설탕 선물(先物) 가격은 t당 723.57달러로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설탕 가격은 지난 2011년 1월 8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줄곧 하향세를 보이며 작년까지만 해도 t당 500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초 설탕 값이 다시 700달러를 돌파, 최근 720달러 선을 넘어섰다.
설탕 가격 상승은 전 세계 주요 설탕 생산국이 최근 심각한 가뭄과 이상기후로 설탕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특히 전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으로 꼽히는 인도가 가뭄으로 사탕수수 수확이 급격히 줄어들자 자국 공급부터 보호하려고 설탕 수출량을 줄인 것이 직격탄이 됐다. 인도는 태국·브라질과 함께 세계 3대 설탕 수출 국가다.
국제 설탕 가격은 향후 더 뛰어오를 전망이다. 인도가 10월부터 설탕 원재료인 원당(原糖)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거래소에서 팔리는 설탕 선물 가격은 보통 3~6개월쯤 지나야 국내 설탕 가격에 반영된다.
설탕 값은 거의 모든 음식에 쓰이는 주·부재료로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요 식품업체부터 자영업자들까지 타격을 받는다. 코코아·올리브 등 작물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가격이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코아·커피 같은 기호 식품과 식품첨가물을 일컫는 소위 ‘소프트 농산물’의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GSCI 소프트 지수는 올해 1월 3일엔 116.88이었으나 9월 19일엔 143.08로 8개월 만에 22%가량 올랐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원가 상승 압박에 한숨을 쉬고 있다.
일부에선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 눈치를 보면서 일부 인기 상품 한두 종목의 가격만 내리고, 나머지 제품 가격은 슬쩍 올리는 ‘꼼수 인상’ 전략도 쓰고 있다. 가령, 서울우유는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흰 우유 1L 가격은 4.9%만 올리는 대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유 가격은 11%가량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