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 광고모델은 이제 옛말, 바야흐로 ‘브랜드 앰배서더’의 시대입니다. 명품과 화장품 등 유통업계에서는 광고모델 기용과는 별개로 ‘브랜드 앰배서더’라는 홍보대사를 두고 상품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섭외 경쟁도 엄청납니다. 브랜드 앰배서더는 광고 모델과 달리 여러 브랜드를 겸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품목이 겹치면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넘어서 세계에서 인기가 좋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데뷔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명품 앰배서더를 하나씩 꿰차곤 합니다.

대상의 종가가 김치 브랜드 앰버서더로 세븐틴 호시를 발탁했다/대상 제공

예를 들어 아이돌 그룹 뉴진스는 데뷔 4개월 만에 구찌 앰배서더가 된 멤버 하니를 시작으로 멤버 5명 전부가 명품 앰배서더로 선정됐습니다. 하니는 구찌, 민지는 샤넬, 다니엘은 버버리, 혜인과 해린은 각각 루이뷔통과 디올의 앰배서더가 됐죠.

이런 분위기는 점차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그중에서도 광고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김치 브랜드까지 브랜드 앰배서더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상(001680)의 종가가 대표적입니다. 대상은 지난달 25일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호시를 김치 브랜드 종가의 앰배서더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상 관계자는 “미원이나 청정원에 광고 모델을 기용한 적은 있지만 김치를 위해 브랜드 앰배서드를 기용한 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1988년 최초 출시 이후 35년간 ‘포장김치 1호’란 타이틀로 충분했던 대상이 갑자기 아이돌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지금이 바로 김치 세계화의 변곡점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김치의 수출액은 크게 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김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7700만달러 대비 약 5% 증가한 81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수출량으로 봐도 지난해 대비 3% 증가한 2억3000톤을 기록했지요.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늘었습니다. 미국 시장 수출액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2000만달러 수준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23%가량 늘었지요.

이 중 대상의 비중이 꽤 큽니다. 대상에 따르면 국내 김치 수출액 중에서 대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5년 새 평균 45% 수준에 이릅니다. 국내 해외 수출액 중 절반은 대상의 종가 김치라는 뜻입니다.

김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산균이 다량 포함된 건강식품이라는 점, 그리고 K-팝이나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입니다. 김치가 이른바 ‘힙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시기 대상은 ‘김치는 곧 종가’라는 브랜드 효과를 한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각인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대상 관계자는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탁된 호시는 평소 ‘김치러버’, ‘김치 앰버서더’, ‘김치 소믈리에’ 등으로 불릴 만큼 김치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고, 그룹 세븐틴 멤버로 막강한 글로벌 파급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종가의 지향점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대상은 최근 영국 런던에 김치 브랜드 종가(JONGGA)의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처음으로 열고 김치 알리기를 나서기도 했습니다. ‘맛’(Flavour)과 ‘멀티버스’(Multiverse)’의 합성어인 ‘플레이버버스’(Flavourverse)를 큰 틀로 공간을 꾸미고, 글로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이 다채로운 맛의 세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종가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된 곳입니다.

대상 종가는 영국 런던에서 약 3주 동안 김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대상 제공

대상 관계자는 “앞으로도 영국을 비롯한 유럽권 MZ세대와의 접점을 강화할 계획이고 국내 목표 소비자도 주부에서 MZ로 젊게 가져가고 있다”면서 “앰배서더를 통한 마케팅 활동 국내외 소비자들의 인지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치를 세계화하는 건 사실 어떤 면에서 우리의 오랜 염원입니다. 일본의 ‘기무치’에 김치 자리를 뺏겼다고 성내던 시절도 있었고, 저가 중국 김치에 밀려 김치의 자리를 못 찾는다고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어떨까요? 한국을 넘어 세계에 자리 잡고 대상이 원하는 대로 “김치하면 종가”라는 프레임을 세계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까요?

일단 한류 열풍을 타고 훈풍이 불어온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 김치 종주국으로서 굳건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