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의 먹태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류작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양고추의 알싸한 매운 맛과 마요네즈의 고소함을 담고 있는 과자들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는데요.

먹태깡의 아류작으로는 가장 먼저 롯데웰푸드(280360)의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이 나왔습니다. 같은 식품업체들끼리 다른 회사의 히트작을 따라하는 ‘미투(Me Too) 상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그래픽=손민균

그런데 이번 먹태깡 대란에는 편의점들도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독점 판매 상품으로 가세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국내 편의점 업계의 3대장인 GS리테일, BGF리테일, 세븐일레븐 모두가 먹태깡을 연상시키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상일제과가 생산한 ‘먹태쌀칩 청양마요맛’을,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에서는 PB브랜드 ‘헤이루’가 제조한 ‘청양마요맛 새우칩’ 을, 세븐일레븐은 유앤아이트레이드의 ‘먹태이토 청양마요맛’을 내놨죠.

롯데웰푸드의 노가리칩을 비롯해 편의점 채널을 통해 출시된 상품들은 농심 먹태깡과 포장지 디자인도 무척 비슷합니다. 먹태깡의 배경색인 초록색을 차용했거나, 어두운 배경에 초록색이나 마요네즈, 청양고추 디자인을 넣어서 유사한 분위기를 내는데요.

사실 제과업계에서 베끼기는 관습이라 할 만큼 만연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먹태깡 열풍 속에서는 편의점들까지 비슷한 제품을 구해서 출시할 정도로 모방이 적극적입니다. 식품업계의 안 좋은 관행을 새로이 유통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편의점들마저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들이 미투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먹태깡의 화제성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태깡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아 워낙 구하기 힘드니, 비슷한 상품을 소비자들이 대체품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죠.

먹태깡은 지난 6월 말 출시됐음에도 현재까지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60g 한봉지 기준 최저 3500원에서 최대 7000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입니다. 원래 가격보다 2~4배까지 웃돈을 붙여야 겨우 구할 수 있습니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베끼기’는 오래된 관행입니다. 지난 2014년 해태가 허니버터칩을 선보이자, 농심이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로, 오리온(271560)이 포카칩 스윗치즈와 오감자 허니밀크를 내놓은 것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는 꼬깔콘 허니버터맛을 내놨습니다.

‘해외 제품을 따라한다’는 비난에도 제과업체들은 끄떡 없습니다. 1983년 출시된 롯데 빼빼로는 1966년 일본 글리코가 출시한 포키를 표절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리온이 8년간 개발했다며 출시했던 꼬북칩은 일본 사쿠사쿠콘, 에어리얼과 맛도 모양도 흡사하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도 부정적입니다. 서울 중랑구 거주하는 박소인(33)씨는 “예전에 하얀 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었을 때 너도나도 하얀 국물 라면을 찍어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던 게 기억난다”며 “저렇게 너무 다 베끼는 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유행과 성공 방정식에 편승한 이런 모방 제품들은 딱히 법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법원이 이러한 제과 관련 레시피를 고유한 창작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죠.

특허법이나 실용신안권으로 보호받기도 어렵습니다. 특허나 실용신안을 받으려면 창조성과 진보성을 기술로 입증해야 합니다. 비슷한 재료로 만드는 제과류가 특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식품·유통업계에 근무했던 박종명 변호사는 “모방의 대상이 된 원조 제품을 개발한 업체가 따라한 제품들을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며 “업계에서 서로를 따라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으로 자리해 있어, 하나씩 들춰내면 예전 사례의 잘잘못까지 따져야 해 강하게 압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투 제품이라는 오명(汚名)을 한 번 쓰는 대신 얻는 경제적 대가는 적지 않습니다. 후발 모방 기업은 선두업체가 닦아 놓은 성공 가도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구하기 힘든 제품 대신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도 넘는 베끼기가 지속된다면 혁신 제품을 개발하려는 동기가 사라질 수 밖에 없겠죠. 매출의 1% 밖에 되지 않는 국내 식품사들의 연구개발비가 이를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