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랜드, 코오롱 등 최근 대기업들의 베이커리 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약 10년 전, 2013년 2월 제과점업을 포함한 16개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던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당시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제과점 확장과 진입자제를 권고하자 속속 제과사업에서 철수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대기업들이 프리미엄 베이커리 사업에 다시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손민균

코오롱(002020)그룹의 코오롱엘에스아이가 운영하는 코오롱호텔은 이달 초 자사 베이커리 ‘옳온’의 카카오톡 선물하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옳온은 경주 지역 특색을 담은 제품을 선보이는 베이커리인데 한국의 맛과 멋을 살린 느낌의 디저트와 빵으로 유명합니다. 2021년 리뉴얼 한 뒤로 반응도 좋습니다. 누적 판매량만 약 50만개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빵지순례’ 인증을 하는 것이 인기의 한 비결입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것은 판매를 더 늘리기 위한 것입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입점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수 차례 시도 끝에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프랑제리는 사과를 닮은 ‘사과빵’이 법인의 운명까지 바꿨습니다. 갑자기 SNS 인증샷 열풍이 불면서 이랜드이츠에 흡수합병되고 사라질 법인이었던 켄싱턴월드가 존속하는 것으로 경영 판단이 바뀌었습니다.

프랑제리는 원래 호텔급의 고급 베이커리를 지향하다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입니다.

신세계는 계열사 신세계푸드(031440)가 ‘유니버스 제이릴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제이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본따서 만든 고릴라 캐릭터입니다. 화성에 사는 제이릴라가 즐겨 먹던 우주레시피로 만든 빵을 만드는 곳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담동의 유니버스 제이릴라 매장에 가보면 ‘오로라 베이글’이나 ‘마블 쇼콜라’ 등 제품 모양이 특이한 편입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월 평균 2만1000개의 빵이 팔리고 매달 5000명 정도가 매장을 방문합니다.

신세계푸드는 베이커리 브랜드를 계속 출원하고 있습니다. 올 3월에는 베이커리 브랜드 ‘JUST BAKED LAST MINUTE BAKING(막 구워진 마지막 빵)’의 상표권을 출원했고 작년 10월에는 ‘갓 베이킹’, ‘제로 베이커리’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제외하고도 신세계푸드는 이미 6개(E-베이커리·더 메나쥬리·밀크앤허니·트레이더스 베이커리·블랑제리·르쎄떼)의 베이커리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가 베이커리 브랜드를 늘려가는 건 이 산업의 성장성 때문입니다. 신세계푸드의 베이커리 사업 매출은 매년 두자릿 수 성장하는 ‘알짜’사업입니다.

현재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에서 베이커리 매출 비중은 약 25% 수준인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을 잘만 공략한다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2013년 동반위가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 때는 재벌인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먹거리까지 침해한다는 논리에 따라 호텔신라(아티제)와 롯데쇼핑(포숑), 한화호텔앤리조트(에릭케제르) 등이 앞다퉈 이를 매각하거나 사업을 접었습니다.

또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나 CJ푸드빌의 뚜레주르 등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이 점포 수나 거리에 따라 제한됐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는 규제가 만들어지고 10년이 지난 만큼 세상이 바뀌고 규제의 이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엔 스타벅스나 할리스 등으로 대표되는 커피 전문점도 베이커리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들은 제과점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커피 사고 빵 따로 사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2013년 3년간 지정된 후 연장을 거쳐 2019년 2월말까지 이어졌는데요. 이후 제과협회와 5년간 상생협약을 맺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생협약은 일단 내년 8월까지 유효한 상황입니다.

제과업계에서는 협약이 아마도 연장될 거라고 봅니다. 내년 총선까지 있는 마당에 사문화된 규제라고 할지라도 이를 들춰낼 정책 입안자는 없을 것이란 설명도 나왔습니다.

물론 자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 빵집까지 해야하는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 정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근 대형마트의 주말 휴무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라는 점, 10년 사이 사업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해보면 좋겠습니다. 누가 만들었건간에 이제 소비자는 그저 맛있는 빵을 좋아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