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건너가 맨주먹으로 전세계 11개국에 3800여개 지점을 만들고 직원 1만명을 거느린 도시락 기업 ‘스노우폭스’를 일군 김승호 회장이 투자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글로벌 외식 기업 젠쇼에 스노우폭스를 6억2100만달러(8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힌 직후다.
김 대표는 1987년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흑인 동네 식품점을 시작으로 이불가게, 지역 신문사, 컴퓨터 조립회사 등을 운영하며 실패를 거듭했다.
2005년 식당 체인을 6억원에 분납 조건으로 인수한 후 인생이 풀렸다. 7전8기의 도전정신으로 자수성가한 창업가의 투자 철학은 어떨까.
앞으로 투자자로서 보여줄 그의 행보는 2020년 그의 저서 <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 돈의 속성>에 잘 담겨있다.
이 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최장기 베스트셀러기도 하다. 2021년에 이미 200쇄를 넘겼다.
① 생명을 해하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생명이 사라져야 돈을 버는 영역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전쟁과 관련된 회사나 총기, 무기, 담배, 술, 마리화나, 마약 같은 분야다. 회색 지역에 있는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친구 중에 한 명은 렉카차 회사를 운영한다. 사고는 어차피 나는 것이고 렉카차 때문에 사고가 더 나는 것도 아니니 이것이 나쁜 비지니스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불행한 일이 생겨야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나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수입은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다. 당연히 불손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누군가가 죽거나 상하거나 망해야 돈을 버는 사업이라면 마음이 가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 해야 하지만 굳이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돈의 속성 168페이지 중)
② 빨리 돈을 버는 모든 일을 멀리한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욕심이 생기면 사기를 당하기 쉽고 이익이 많이 나오는 것에 쉽게 현혹된다. 마음이 급해 위험을 살피지 않고 감정에 따라 투자를 하게 된다. 거의 모든 결말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혹시 운이 좋아 크게 성공을 했어도 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가진 자산과 인연만 만들게 된다. 무리한 투자나 많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힘이 약한 재산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나 30대에 빨리 부자가 된 젊은이들 중에 그 부를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부자가 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50세 이후다. 젊은 시절에 부자가 되면 부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고 투자로 얻는 이익이나 사업으로 얻는 이익이 더 눈에 보여서 모으고 유지하는 능력이 가진 재산에 비해 약해진다. 결국 다시 가난해질 확률이 높다. 부는 차근차근 집을 짓는 것처럼 쌓아 나아가야 한다.”(돈의 속성 52페이지 중)
③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없다.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투자다. 자산은 무엇인가 항상 투자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투자를 위해 대기하는 자본도 투자다. 하지만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욕망도 없는 자산은 죽는다. ‘이 정도 햇빛이면 나는 충분해’ 하고 말하는 나무는 없다. 주변 나무가 자라면서 해를 가리면 내 나무의 열매도 떨어지고 나무도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나쁜 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투자다.”(돈의 속성 233페이지 중)
④ 쫓아가지 않는다
“나는 부동산을 사든, 주식을 사든 절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매물에 어떤 호재가 있다 해도 내가 계산한 내 가격대로 제시하고 기다린다. 내가 정한 가격이 내 자본의 크기와 임대 이익률에 기준할 뿐 상대가 부르는 가격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제시하는 가격에 모욕을 느끼는 매도자(셀러)도 있지만 내가 그 가격에 사면 그 모욕을 내가 당하게 된다.
‘아님 말고’의 정신이다. 주식도 내가 원하는 가격에 다다르면 지정가로 산다. 굳이 쫓아가서 매달리지 않는다. 배당률을 확인하고 적정 가격을 산정하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1년이고 기다린다. 매번 시장에서 이익을 남길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나의 손실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매물에서 이익을 남겨도 되기 때문이다. 흥정이 오지 않으면 흥정을 하지 않는다. ‘아님 말고’다.(돈의 속성 234페이지 중)”
“흔히 주식시장에서는 돈을 버는 활황기에는 위험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주가 폭락기에는 위험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폭락장에서 얼마나 깊고 오래 손해가 발생할지 모르니 그 위험이 너무 커 보여 아무도 주식을 사지 않아 급락한 것이다. 사실은 그 시기가 위험이 가장 줄어 있는 때다. 결국 나쁜 상황은 나쁜 상태가 아니다. 모든 절망은 희망을 품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돈의 속성 41페이지에서 43페이지)
⑤ 1등 아니면 2등에 투자한다, 3등은 없다.
“어떤 업종이든 그 업종에서 1등이 되면 가격결정권을 가진다. 업계를 리딩하는 사람의 특권이다. 나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1등을 찾는다. 부동산을 살 때는 그 도시에서 가장 비싼 지역을 고르고 주식을 사면 해당 업계의 1등 주식을 산다.
펩시를 사느니 코카콜라를 사고 마스터카드보단 비자를 산다. 웰스파고보단 제이피모간을 사지만 1등을 넘보는 2등에도 주목한다. 월마트보단 코스트코 같이 1등을 괴롭히는 2등에도 투자한다. 늙은 사자를 대신할 젊은 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등에겐 냉정하다. 투자대상에 3등 자리는 아예 없다.”(돈의 속성 236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