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우리나라 와인 관련 기업 가운데 최초로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나라셀라(405920) 주가가 첫날부터 장 중 최대 10% 가까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나라셀라는 상장 기간 내내 기업 가치 평가를 두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부터 거래 시작까지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본 다른 국내 주요 와인 관련 기업들은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 없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나라셀라는 이날 코스닥 시장에 공모가 2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1만9500원으로 입성했다. 개장 초기 주가는 2만300원까지 반짝 올랐지만, 이내 곧 미끄러졌다. 이날 정오 기준 나라셀라는 공모가보다 8% 낮은 주당 1만800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나라셀라는 국내 ‘빅4′ 와인 수입사 가운데 한 곳이다. 4위권이지만 신세계L&B와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처럼 매출 기준 몸집이 더 큰 경쟁 수입사보다 먼저 기업공개(IPO)에 도전했다.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2015년 12월 나라셀라를 인수하고 6개월 만인 2016년 6월 전 직원들과 함께 간 워크숍에서 당시 200억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을 600억, 800억, 또 1000억원으로 차곡차곡 늘리겠다고 선언했다”며 “매출 1000억원을 이룬 지금, 더 성장하려면 상장을 발판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상장 준비 작업에 들어선 지난해 연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예비 심사 청구 당시 정했던 주당 예정 발행가격(2만5000~2만8500원)은 올해 상장을 앞두고 2만~2만4000원으로 대폭 하락했다.
흥행 가늠자로 불리는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마저 760개 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178 대 1이라는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휘말린 탓이다.
나라셀라는 상장 주관을 맡은 신영증권과 협의 하에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비교기업군에 넣어 기업 가치를 산정했다. 그 결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인 고가 소비재 브랜드와 같은 선상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나라셀라는 수차례 비교기업군을 수정해 가면서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총공모주 145 만주 가운데 85%를 신주로, 15%를 구주로 구성했다. 구주 비중이 높으면 기존 주주에게 더 많은 공모자금이 흘러 들어가 신규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
나라셀라는 구주 비중을 최소화했을 뿐 아니라, 상장 후 보유주식 의무보유 기간 또한 자발적으로 연장할 만큼 공모 흥행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이 노력이 주가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동안 나라셀라 외에도 와인 업계에서는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처럼 상장을 고려한다고 알려진 수입사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상장 과정 내내 나라셀라에 대한 투자자들의 냉혹한 시선을 확인하면서 현재는 적극적인 상장 의사는 거둬들인 상태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경기가 점차 침체하는 분위기고, 외부 환경도 좋지 않아 적절한 시기를 지켜보고 있다”며 “상장 준비를 하고 있으나, 서둘러 진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소비자와 와인 사이 접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행사를 강화하면서 현재 하는 사업에 더 집중할 시기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아영FBC 관계자 역시 “지금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와인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나라셀라에 이은 2호 상장사가 이른 시간 안에 나오지는 않으리라 예측했다.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신 이후 2년 동안 급성장했던 우리나라 주요 와인 전문 수입사들 성장세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주춤한 상태다. 2021년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이 거의 반토막 나기도 했다.
한국소믈리에협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와인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 무렵이면 보통 인기 많은 와인들은 주문을 해도 ‘재고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 시장에 배정하는 와인 양은 비슷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전에 구하기 어려웠던 와인들이 지난해부터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