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김장 김치를 담그는 수고로움을 덜어준 것은 1988년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개발된 ‘종가집’의 포장 김치 덕이 컸다. 종가집 김치는 당시 정부의 ‘김치 상품화’ 정책에 따라 개발된 한국 최초의 포장 김치 브랜드였다.

종가집 김치를 위해 인간문화재 38호이자 조선 궁중음식 전수자인 고(故) 황혜성 고문 등 김치 장인들이 모여 표준화된 조리법이 개발됐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김치를 맛있게 발효시키는 데에 필요한 유산균·종균 개발과 김치 포장 연구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뭉쳤다.

대상 종가 포기김치./대상 제공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손맛을 표준화한다는 의미에서 당시 두산은 브랜드 이름을 ‘종가집’으로 정했다. 브랜드 로고에는 전통 한옥의 느낌을 낼 수 있는 기와 지붕을 넣었다.

종가집은 국내 포장 김치 1위 자리를 확고히 지켜왔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약 40%로 연간 매출액은 2000억~3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종가 김치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달러(약 384억원)에서 6년 만인 지난해 7100만달러(약 941억원)로 2.4배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2022년 국내 총 김치 수출액 중 대상 종가 김치의 비중은 50%에 달했다.

◇두산에서 대상으로...주인 바뀐 종가집

그로부터 약 20년 만인 지난 2006년, 종가집은 주인이 두산(000150)그룹에서 대상(001680)으로 바뀐다.

당시 두산은 종가집 김치를 포함한 식품사업부문을 12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포장 김치 시장 점유율의 70%를 종가집 김치가 차지하고 있었다. 두산그룹이 대상에 종가집을 넘긴 표면적 이유는 ‘사업 역량을 중공업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김치 냉장고 보급에 따른 포장 김치 시장 성장 둔화, 저가 중국산 김치의 시장 잠식 등을 두산의 종가집 매각의 이유로 분석했다. 포장 김치 시장의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집집마다 김치 냉장고가 보급됐지만, 포장 김치 시장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K-푸드 열풍을 타고 한국산 포장 김치의 수출액은 약 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래픽=손민균

대상도 지난해 10월, 종가집과 종가로 나뉘어있던 국내외 브랜드 이름을 ‘종가’로 통일하고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확장을 선언했다. 종가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주인이 바뀐지 16년이 된 지난해, 종가 김치의 해외 수출액은 지난 2016년 2900만달러(약 384억원)에서 7100만달러(약 941억원)로 2.4배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한국산 김치 수출액 중 종가의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1위 김치 맛 비결은 유산균... ’류코노스톡 DRC0211′ 개발해 상품화

이처럼 종가 포장 김치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장 기술의 개발과 유산균 연구가 있다.

처음 김치를 상품화할 때 가장 큰 난관은 탄산가스를 잡는 것이었다.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숨을 쉬는’ 김치의 특성 때문에 탄산가스가 발생하는데, 진공 포장을 하면 포장재가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종가 김치는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흡수제’를 김치 포장 안에 넣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김치 고유의 맛과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포장 형태를 유지하고, 유통 과정에서 파손을 막을 수 있었다.

종가는 이 기술로 특허를 출원, 1991년 업계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했다. 이어 1995년 전통식품인증마크를 획득하며 세계일류화상품으로 선정됐다.

종가집 1990년대 로고./대상 제공

이와 더불어 종가 김치가 집에서 담근 김장 김치 맛을 낼 수 있도록 연구진은 김치 유산균 연구에 역량을 쏟았다. 종가는 2001년부터 김치 유산균을 분리·배양하는 연구를 했다.

2005년, 종가 연구진은 ‘류코노스톡 DRC0211′ 김치 유산균 배양에 성공했다. 가장 맛이 좋은 김치에서 500여 종의 유산균을 분리해, 좋은 맛을 내면서도 빨리 시지 않는 독특한 유산균을 찾아내 상품화했다.

지난 2011년에는 국산 배추를 발효해 만들어진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는 식품의 유통 기한을 최소 50% 이상 연장시켜주고, 합성 첨가료 대체 상품 역할까지 할 수 있다. 김치 뿐 아니라 반찬, 육가공, 두부 등 다양한 신선제품에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