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 비도심 지역 배달 반경을 완화해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배달 반경을 정하지 않고 있거나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요기요’, ‘쿠팡이츠’와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인데, 업계에서는 배민이 난색을 표한 까닭은 ‘광고 상품 매출’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 /우아한형제들 제공

31일 배민이 ‘국회 소상공인정책 포럼’을 위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배민은 비도심 지역 배달 반경 완화 검토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각 지역의 특성, 인구밀집도 등을 고려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배달 반경 확대는 비도심 지역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요구 중 하나로, 배달 앱들이 이용자들에게 입점 업체를 노출하는 범위가 3~5㎞로 제한되어 있어 비도심 지역의 경우 배달 앱 내 노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입점 업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고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크기에 배달 앱이 자체적으로 비도심 지역에 한해 노출 범위를 조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배민은 이러한 요구에 난색을 표하면서 “5㎞ 이상 장거리 노출시 배달이 불가한 지역이 많아 이 경우 다수의 주문에 대해 주문 거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장거리 배달 시 음식이 식는 문제, 긴 배달 시간에 따른 효용 저하, 배달 대행사 이용 시 배달비 증가 문제 등이 발생한다”고도 했습니다.

반면 요기요는 같은 문제에 대해 “당사는 별도의 배달 반경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입점 업체가 직접 설정하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이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고객께 입점 업체가 노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쿠팡이츠는 “배달 비용 인상 등의 우려가 있으나, 비도심 지역 특성을 반영해 입점 업체와 라이더의 동의가 있으면 배달 반경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배달 업계는 주요 배달 앱 가운데 배민만 다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비도심 지역 노출 범위를 확대할 경우 배민의 광고 상품 효용이 낮아져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배민의 경우 다른 배달 앱과 달리 입점 업체의 주소지가 아닌 곳을 지정해 해당 거점 주변의 앱 사용자들에게 입점 업체 정보를 노출하는 광고 상품 ‘울트라콜’을 운영하고 있는데, 배달 범위 완화는 해당 상품의 효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울트라콜은 입점 업체가 주소지 반경 7㎞ 이내에 깃발을 꽂으면 해당 거점 반경 3㎞ 이내의 앱 이용자들에게 입점 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깃발 1개당 이용료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광고 상품입니다.

현재 배민의 입점 업체 3분의 2 이상인 20만여개의 업체가 이용하고, 업체당 2~4개 정도의 깃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배민이 울트라콜로 얻는 수익만 월 528억원에 이르는 셈입니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광고 상품 매출 감소로 이어질지 모를 배달 범위 확대 요구에 배민이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 않았겠냐”면서 “배민은 광고 상품을 이용하지 않으면 주요 배달 앱 가운데 입점 업체에 대한 노출 범위가 좁은 편인데, 이 역시 광고 상품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다른 앱들이 중개 수수료를 주 수입으로 삼는 것과 달리 배민은 단건 배달의 배달비와 광고 상품이 주요 수익원인데 이런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민은 다양한 광고 상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울트라콜 이외에도 중개이용료 6.8%의 ‘배민1 한집배달·알뜰배달’, ‘오픈리스트’ 등의 상품도 운용하고 있고, 지난해 4월부터 앱 이용자가 입점 업체를 클릭할 경우 1회당 200~600원의 광고비를 지불하는 ‘우리가게클릭’도 운영 중입니다.

최근 배달 수요 감소에도 광고 상품 덕분에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배민의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따르면 DH의 지난 1분기 아시아 사업 부문 거래액은 9조1773억원으로 전년 대비 7%가량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1조3124억원으로 0.4%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배민 관계자는 “비도심 지역 배달 범위 확대와 관련해 그러한 입장을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배달 앱이 배달 가능 거리를 늘리더라도 입점 업체가 음식의 상태를 고려해 배달 주문을 거절할 수 있고, 주문을 거절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식은 음식을 받게 돼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배달비 역시 거리에 따라 할증이 붙는데, 배달 대행사가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배민 ‘배달’ 서비스의 경우 할증 금액 등을 배민이 정하지 않기에 거리 증가에 따라 배달비가 크게 높아져 거리를 늘려도 효용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배민 관계자는 “(비도심 지역 배달 범위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포럼에서도 지역별로 상황을 살펴보고 조치할 수 있을지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