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인천 중구 신흥동에 있는 CJ제일제당(097950) 식품냉동 인천공장. 공장 생산동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만두 향이 진동했다. 얼핏 봐도 수백개가 넘는 만두가 일렬종대로 배치돼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150톤(t), 약 260만개의 비비고 만두가 만들어진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비비고 만두 물량의 95% 이상을 책임지는 CJ제일제당의 대표적인 ‘만두 생산 기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던 비비고 만두 생산 공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꼼꼼한 출입 검사를 거쳐야 했다. 공장 내 설비 관련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휴대 전화에 촬영 방지 스티커를 붙였고, 정보보호 서약서도 작성해야 했다. 코로나19 신속 항원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고 나서야 출입할 수 있었다.
보안 다음은 이물 혼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깐깐한 과정이었다. 생산동에 들어가기 전, 장갑과 마스크, 위생모를 쓰고 그 위에 모자가 달린 전신 방진복도 입었다. 이후 테이프를 사용해 방진복 위에 붙어있을 먼지나 머리카락 등을 제거하고, 에어샤워를 통해 다시 한 차례 먼지를 걸러 낸 뒤 비로소 만두를 만날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왕교자는 2013년 12월에 출시돼 그 이듬해 국내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이래 10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13년 CJ제일제당의 냉동 만두 시장 점유율은 21.3%였는데, 비비고 왕교자 출시 이후 2022년 46%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비비고 만두는 전세계에서 1조원 어치가 팔리기도 했다.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원재료를 손질하기 위한 전처리 구역에서 고기를 조각내는 설비였다. 기계가 아래위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돼지고기를 조각내고 있었다. 이 기계는 돼지고기의 조직감과 원물감을 살리기 위해 이를 가로 7㎜, 세로 7㎜, 높이 10㎜의 육면체 모양으로 자른다.
이렇게 자르는 공법은 비비고 만두가 단숨에 1위로 올라선 비결이다. 만두소에 고기 등 재료를 갈아넣는 경쟁사들의 제조 방식 대신, 이 방법으로 식감을 살렸기 때문이다. 장광문 CJ제일제당 혁신팀 과장은 “비비고 왕교자를 탄생시킨 핵심 설비”라고 했다. 다른 재료들 역시 기존의 만두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갈아내는 방식이 아닌 칼로 써는 방법으로 가공된다.
전처리 구역에서는 20여명의 작업자들이 냉장창고에서 나온 원재료들을 검수했다. 자동화 설비에 놓자 설비가 자동으로 재료를 손질·세척하기 시작했다. 만두에 들어가는 양파와 마늘 등이 손질되며 매운 향이 코와 눈을 찔렀다.
장 과장은 “100여가지의 원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상당 부분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며 “만두 생산 공장 가운데서는 이 정도 자동화가 이뤄진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성형부터 포장까지 자동으로… “갓 만들어진 만두도 집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
전처리 과정에서 손질된 재료들은 작업자들의 수레에 담겨 자동 배합기로 옮겨진다. 이후 맛을 내기 위한 다양한 액상, 분말과 배합돼 각 제품에 맞는 만두소로 만들어지고, 완성된 만두소는 다시 제품에 맞게 작업자들의 수레에 담겨 옮겨진다. 이후 생산하는 만두 제품에 맞춰 성형을 위한 설비에 만두소를 투입하고 나면 전처리 구역 작업자들의 역할도 끝이다.
투입된 만두소는 팔뚝만한 굵기의 투명한 튜브를 타고 자동으로 운반된다. 이후 가공 구역에서 만두들은 작업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다. 성형기에 투입된 만두피가 동그란 모양으로 잘리고, 그 위에 튜브를 통해 옮겨진 만두소가 일정한 무게로 올려지면 설비가 이를 결합해 자동으로 만두 모양이 만들어진다.
성형기에서 나온 만두들은 증숙(쪄내는) 과정으로 옮겨지는 컨베이어 벨트에 한 설비당 3개씩 줄지어 떨어졌다. 이후 한 줄에 36개씩 2줄로 품질 검사를 거친다. 2명의 작업자가 제품 중 결합이 덜 되었거나, 만두소가 삐져나온 것들을 걸러내고 나면, 증숙 과정에 들어간다.
증숙 과정을 거친 만두를 직접 먹어보니 가정에서 제품을 해동해 먹는 맛과 동일했다. 장 과장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품질이 집에서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급속 냉동 설비가 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증숙 과정을 거친 만두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섭씨 영하 40도로 유지되는 냉동 설비에서 1분에 1m씩 30분 동안 움직였다. 이를 통해 만두 안의 수분을 최대한 빠르게 동결 시켜 만두의 육즙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보존될 수 있게 해 집에서도 갓 만들어진 맛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후 최종 품질 검사를 거쳐 자동 포장돼 제품이 만들어진다. 많은 양의 제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포장 공정에서 품질을 검사하고, 포장된 제품을 운반하는 직원만 60여명에 이른다. 전체 공정 중 가장 많은 직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장 과장은 “3교대로 돌아가는 인천 공장은 한 근무 시간대에 150여명의 작업자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원재료 사용과 제품 종류가 다양하고 오래된 공장이라 전면적인 개·보수가 어려워 모든 부분을 자동화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 만두기술센터 설립 통해 생산 효율화·레시피 변화도… “초격차 기술 유지”
공장의 생산 효율화는 2019년 만들어진 글로벌만두기술센터(GMTC)에서 맡고 있다. 인천공장은 지금도 연간 약 4만339t의 제품 생산이 가능해 CJ제일제당의 생산기지 중 가장 많은 만두 생산량을 자랑하지만, 1988년 3월 준공돼 올해로 35년째를 맞는 공장이기에 개·증축이 어려워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산 품목 정비, 설비 보강 등을 통해 최대 효율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GMTC는 인천공장에서 기존 증숙·동결기대비 생산량을 3배 이상 높인 설비, 최신형 성형 설비 등을 도입해 효율성을 시험하고 있다. 또 인천공장에서 시범적으로 적용된 생산 방식이 전 세계 6개국의 15개 공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GMTC는 레시피 변화 업무도 맡고 있다. 소비자 반응과 평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조금씩 레시피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비비고 왕교자’에 설비로 썰린 육면체 모양의 고기 외에 다짐육도 함께 사용하는 점이다.
장 과장은 “출시 당시에는 육면체 모양으로 손질된 고기가 제품의 특장점이었기에 해당 재료만이 만두에 사용됐지만, 지금은 기존 만두 제품에 들어가는 다짐육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입맛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그에 맞춰 제품을 변화 시켜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