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버거킹이 문영주 대표이사를 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두산그룹 계열사(에스알에스코리아)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처음으로 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문 회장이 맡던 대표이사직에는 이동형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한국과 일본 버거킹 매각을 주도한 인물로, 버거킹이 이번 인사를 통해 매각 재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이 신임 대표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문영주 버거킹코리아 회장. /버거킹 제공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은 지난달 이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문 대표를 회장에 올렸다.

문 회장은 베니건스를 한국에 들여오고 오리온(271560)에서 외식 담당 임원을 지낸 외식업 전문가로, 2012년 사모펀드(보고제이호펀드)가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을 인수한 이후 영입한 인물이다.

반면 이동형 신임 대표는 2016년 홍콩계 사모펀드운용사(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새롭게 버거킹을 인수하면서 영입했다.

그는 신임 대표를 맡기 직전까지 한국 버거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으며, 2019년부터 일본 버거킹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하면서 매각을 위한 ‘경영 효율화’를 주도했다.

이 대표가 CFO로 있던 2021년 한국 버거킹은 어피너티 인수 이후 249억원의 이익을 냈다. 일본 버거킹은 그가 경영을 맡은 지 약 2년 만에 상각전영업이익(에비타·EBITDA) 기준 흑자 전환을 이뤄내기도 했다. 현재 매장 수는 전국에 485곳이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면서 버거킹이 중단했던 매각을 재추진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피너티는 2021년 한국 버거킹과 일본 버거킹에 대한 매각을 결정,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공개 입찰을 위한 작업을 벌였다.

매각이 추진될 당시 버거킹은 맥도날드, 맘스터치, KFC 등 다른 버거 프랜차이즈들보다 에비타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여겨지며 몸값이 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2021년 기준 버거킹의 에비타는 745억원을 기록했다. 맘스터치가 440억원, KFC가 112억원, 맥도날드가 10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버거킹 매각에는 bhc그룹이 인수를 타진했고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등이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매각이 중단됐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11월 매각 중단을 결정하면서 재정비를 통해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만 세운 상황이다. 업계는 이 신임 대표 체제에서 영업이익을 끌어올려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본다.

한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버거킹이 매각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모두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매각 협상이 길어지는 것은 결국 가격 차이 때문”이라며 “매각하려는 쪽이 원하는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영업이익을 키우는 것이 관건인데, (버거킹이) 그에 맞는 인사를 하지 않았겠냐”고 했다.

버거킹 관계자는 “문영주 대표가 회장으로 승진하며 이동형 대표가 한국 버거킹과 일본 버거킹을 총괄하게 됐다”면서 “이 신임 대표가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문 회장은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거킹 '제주 함덕 DT점' 전경. /버거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