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의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과 '편의점 뚝딱이'를 기획한 BGF리테일 마케팅실의 신아라 책임(오른쪽)과 이지현 주임. /양범수 기자

#1. “레쎄 주세요.” 담배를 찾는 손님의 말에 ‘레쎄’라는 이름을 가진 29종의 담배 제품을 떠올리는 편의점 직원. ‘레쎄 수’를 내밀자 “그거 말고 체인지요”라는 손님. 다시 직원이 “레쎄 체인지, 사미리, 일미리, 더블유, 업, 링, 빙, 프로즌, 히말라야 중 뭘로 드릴까요” 묻자 “그냥 말보로 라이트 주세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담배를 사러 온 손님과 편의점 직원의 일화를 담은 이 영상은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누적 조회 수 1000만 회가 넘었다.

#2 한 노인이 계산대에 물건을 내려놓고 주머니를 뒤적이자 “천천히 찾으세요. 동전만 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편의점 점주. 이에 노인은 “뭔 소리예요? 요즘 누가 현금 들고 다닌다고”라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여기 카페(카카오 페이), 네페(네이버 페이), 삼페(삼성 페이) 다 되죠?”라고 묻는다. 지난달 10일 공개된 이 영상은 약 한 달 만에 누적 조회수 600만 회를 기록했다.

두 영상은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과 ‘편의점 뚝딱이’의 일부 내용이다.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한 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 시리즈로, 각각 20화와 15화로 제작돼 누적 조회수 약 2억50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 채널인 유튜브에서만 1억5000만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2012년 개설된 CU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CU튜브 전체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의 75%를 차지했다. 편의점 시리즈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약 16만 명이 늘어났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해당 콘텐츠를 만든 BGF리테일 마케팅팀의 콘텐츠 기획자 신아라(34) 책임과 이지현(28) 주임을 만났다. 이들은 “광고 콘텐츠임에도 이런 기록을 세운 것이 아직도 소름 돋는다”고 했다.

◇ 누적 조회수 2억5000만회, 매장 경험에서 나온 현실성이 비결

두 사람은 편의점 고인물과 뚝딱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BGF리테일은 입사 이후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2년까지 매장 관리 업무를 하는데, 두 사람이 매장 업무를 하면서 겪은 일화가 많이 반영됐다.

올해로 입사 10년 차인 신 책임은 매장 관리직을 2년간 맡았고, 이 주임은 4개월 동안 매장에 있었기에 신 책임이 ‘고인물’, 이 주임이 ‘뚝딱이’인 셈이다.

CU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의 한 장면(왼쪽)과 '편의점 뚝딱이'의 한 장면. /CU

두 사람에게 편의점 시리즈의 흥행 요인을 묻자 ‘현실성(리얼리티)’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작가들이 조사해 대본을 짠다고 해도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디테일을 잡은 것이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편의점 뚝딱이’의 경우 아르바이트 직원의 입장이 아니라 ‘초보 점주’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 제작진과 소통해야 할 일이 많았다고 했다. 약 두 달간의 제작 기간 두 사람은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직접 촬영장에 나가 디테일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편의점 뚝딱이’에 등장한 노인 고객 관련 일화는 이 주임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있는 매장에서 근무했는데, 매장 특성상 노인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마실 것을 찾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음료를 권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어디 있냐’고 묻거나, 콘텐츠에 담긴 것처럼 네페, 삼페, 쿠페를 다 잘 쓰셔서 놀란 경험이 많다”고 했다.

편의점 시리즈는 지난해 6월 공개된 ‘편의점 고인물’로 시작됐다. ‘편의점 고인물’은 발표 두 달 만에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넘겼고 현재 1억8000만 회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시청자들을 위해 영어 자막까지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대상도 받았다.

‘편의점 뚝딱이’는 지난해 12월 공개돼 지난 1월 마지막 회가 발표됐는데, 현재까지 약 7000만 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 ‘고인물·뚝딱이’가 뭐냐 묻는 분들부터 설득… 선 지키기 어려워

두 사람은 편의점 시리즈 기획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주 시청층을 MZ세대(1980~1996년생)로 잡은 만큼 과감한 표현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결재과정에서 반려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난관이었다. 신 책임은 “’고인물(한 분야에 오랜 시간 몸담아 경지에 이른 사람)’, ‘뚝딱이(행동이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사람)’ 등 신조어를 사용했는데, ‘뚝딱이가 뭐냐, EBS 캐릭터냐’고 묻는 분들을 설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샤세권(샤워 가운을 입고 올 수 있는 거리) 손님’ 등 ‘진상 손님’ 유형을 다룬 회차에서도 ‘고객들을 이렇게 표현해도 되냐’는 내부의 우려가 컸다고 한다.

실제 ‘편의점 뚝딱이’에서는 본사의 영업 관리(SC) 직원이 자신을 계속 주시하자, 이를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점주의 에피소드가 촬영됐으나 방영되지 못했다. SC 직무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 책임은 “편의점 핵심 고객층이 영상 시청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만 18세~24세와 겹치는 만큼, 회사에서 실험적인 것들을 많이 허용해 줬다”고 설명했다.

◇ 콘텐츠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 통한 충성 고객 확보

두 사람은 편의점 웹 드라마 시리즈를 통해 CU를 ‘친근한 편의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콘텐츠 내에 별도의 간접광고(PPL)를 받지 않아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 책임은 “편의점은 더 이상 상품과 서비스만이 목적인 공간이 아니다”라며 “주변 지인들 혹은 온라인 공간에서 재미있게 떠들 수 있는 소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CU라는 곳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주 고객층이 CU를 특별하게 인지하도록 만들고 싶다”며 “편의점을 찾는 분들이 ‘제일 가까운 편의점 중 아무 데나 가자’가 아니라 ‘요즘 CU 재밌던데 그리로 가자’라는 말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CU는 이러한 노력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해 제페토 내 CU 점포에서 캐릭터 ‘하루’를 주인공으로 ‘편의점 고인물’의 에피소드를 구현했다. 편의점 웹 드라마 시리즈 시즌 3는 올해 중 방영을 목표로 제작사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