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에서 국내 한식당 중 유일하게 3스타를 받은 ‘가온’이 올해를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가온은 증류식 소주 ‘화요’를 만드는 광주요 그룹이 2003년부터 서울 강남에서 운영해 온 곳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되기 시작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3스타를 유지해 온 유일한 한식당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온. /가온 제공

1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가온은 내년 1월 1일부로 영업을 종료한다.

가온을 운영하는 가온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재정비를 위해 영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완전 철수는 아니다”라면서 “영업 재개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메뉴부터 브랜딩까지 전반적인 것들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는 가온의 영업 종료 결정에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경영 상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공시된 가온소사이어티의 재무제표 현황을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54억원의 매출을 올려 4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자본금은 85억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9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된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 자본잠식이란 적자가 계속돼 납입자본이 모두 바닥나고 결국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로 접어들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가온은 2017년부터 6년 연속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돼 왔다.

가온의 사례는 파인다이닝(고급식당)이 수익을 내기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준다. 식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파인다이닝은 높은 원재료비와 인건비, 낮은 회전율 등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다”면서 “리뉴얼을 통해 수익성을 보다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파인다이닝 업장들이 수혜를 보면서 매출도 늘고, 와인 소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좋아야 4~5%정도 된다”고 했다.

그는 “임대료 등 고정비가 높고 재료비가 많이 드는 것도 있지만, 외식 산업 전반적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져 인건비가 올라 그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다만 가온이 리뉴얼을 하고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한식당이라는 특성상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파인다이닝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음식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장 특성상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가 지급하고 받은 모든 것에 바탕을 둔 총체적 평가인 ‘지각적 가치’에는 서비스와 음식 등의 가격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하는 ‘가격 공정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지표의 영향력은 가온과 같은 한식 파인다이닝이 일반적인 프렌치 파인다이닝에 비해 컸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한식 파인다이닝의 가격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면서 “프렌치 파인다이닝에 대해서는 조리법부터 신기하다고 여겨 혁신적인 이미지를 받게 돼 상대적으로 (비슷한 가격의 한식 파인다이닝에 비해)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