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박 마쿠 대표. /이신혜 기자

“올해 초까지는 풀타임(full time) 정직원이 저랑 한 명 이렇게 두 명이었어요.”

미국 최초의 수제 막걸리로 알려진 ‘마쿠(MAKKU)’의 창립자 캐롤 박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보틀벙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매출 16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의 직원은 달랑 두 명이었다.

벨기에 맥주 기업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inbev)’에서 1년간 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막걸리의 매력에 빠져 직접 주류회사를 차렸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생소한 한국 전통술을 알리기 위해 쉽게 연상되는 단어인 ‘마쿠’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코올 함량 6%에 쌀·블루베리·망고맛 막걸리인 마쿠는 미국에서만 100만캔을 넘게 팔았다.

'마쿠'의 막걸리 3종. 쌀, 블루베리, 망고맛 순(왼쪽부터). /이신혜 기자

마쿠는 전통 막걸리를 캔 제품으로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고, 실제 블루베리와 망고 등은 원물을 넣어 제조해 저도수 막걸리로 만들었다. 유통기한은 1년으로, 시원한 상태라면 흔들어도 터지지 않고 탄산감이 적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마쿠는 막걸리 제조 기업 ‘우리술’과 함께 서울 근교 양조장에서 캔 막걸리를 제조한다. 우선 초도물량은 20만 캔으로 정해졌다.

마쿠는 첫 출시 연도인 2019년 3만2000달러(약 43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122만2500달러(약 16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올 3분기부터는 미국 25개 주 외에도 한국과 호주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마쿠 3종 포스터. /롯데마트 제공

처음부터 사업이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캐롤 박 대표는 “미국에서 한 소규모 사케 양조장을 빌려 막걸리를 만들었는데 캔 제품으로 만들 수도 없었고 살균 기계도 없어 제조가 어려웠다”며 “그마저도 그 양조장이 망해서 결국 한국 양조장을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도 문제였다. 그는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물류비가 4배 정도 올라 마진이 너무 내려갔다”며 “술 회사에 투자하는 회사를 찾기 어려워 투자유치를 6개월마다 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좋은 한국 양조장을 찾고 제품 개발하는 데만 1년 6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러나 캐롤 박 대표는 막걸리의 수출 가능성이 타 주류에 비해 많다는 것을 믿고 직원 한 명과 함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지속했다. 그는 “한국 막걸리는 전이랑 보쌈뿐만 아니라 피자·햄버거와도 잘 어울린다”며 “꼭 한식이 아니더라도 중식, 일식, 태국식, 양식 등 모든 음식과 대체로 잘 어울리는 편”이라며 서양인들도 막걸리의 매력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쿠는 지금까지 스트롱벤처스,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 에이티넘파트너스 등에서부터 320만달러(약 43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마쿠의 한국 첫 출시 매장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보틀벙커로 정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서도 유통할 예정이다. 캐롤 박 대표는 한국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 고객들의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캐롤 박 대표는 “가격은 채널별로 달라 한 캔당 2000원초반~후반대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같은 제품을 3.5달러(약 4700원)에 판매 중이다.

보틀벙커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은 한국 전통주 막걸리라는 점과 2030의 눈과 입을 사로잡을 세련된 디자인과 달콤한 맛을 가진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여 자랑스럽다”며 “향후에도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이색적인 전통주 상품을 지속해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