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짜리 생과일 주스를 팔면 적자예요. 과일값이 너무 올라서 인건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어요.” (서울 시내 한 생과일주스 전문점 업주 김모씨)
지난 1일 서울 중구의 한 생과일 주스 매장, 이곳은 생과일주스 42종 중 8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자몽, 아보카도, 땅콩, 홍시, 멜론, 청포도, 사과, 당근 등 가격이 오른 과·채소류의 주스 판매를 잠시 중단한 것이다. 다른 과일과 섞어 먹는 주스도 판매를 멈췄다.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점주 이 모씨는 “수입 과일들의 가격이 너무 올라서 감당이 안 된다”라며 “요즘 과일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해당 재료가 들어가는 음료들은 전부 안 팔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과일뿐만 아니라 채소류인 멜론과 당근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생과일주스 매장은 1500원짜리 과일 컵 판매를 중단했다. 과일 3종을 손질해 200g짜리 컵에 담아 팔던 것인데, 과일 값이 올라 소량 판매로는 마진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이 매장은 과일 컵(300g) 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하고, 대용량 수박 도시락(1.5kg)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과일값이 폭등하면서 생과일주스 전문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과일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사과는 중품 10kg 기준 평균 가격이 5만1920원으로 1년 전(4만1224원)보다 1만원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거봉 포도 중품 2kg는 2만1160원으로 49%, 백도 복숭아(중품 4.5kg)는 1만8420원으로 17%가 올랐다.
과일값이 오르자 저가 생과일주스 프랜차이즈인 ‘쥬씨’는 주스 가격을 인상했다. 작년만 해도 초코바나나, 바나나, 파인애플, 사과 등의 생과일주스를 1500원에 팔았지만, 전날 기준 1500원짜리 생과일주스는 바나나 주스 단 한 개였다.
그러나 가격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설명이다.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서다.
이는 비단 가맹점만의 고민은 아니다. 가맹본부인 본사의 실적도 좋지않기 때문이다. 본사의 실적이 좋아야 가맹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데, 이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가맹점주들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쥬씨의 영업손실은 2020년 약 6억원에서 지난해 12억원으로 두 배가 늘어났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 7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16억원으로 증가했다.
쥬씨의 망고 전문 브랜드 고망고를 운영하는 법인 (주)프로젝트비 역시 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생과일주스 전문점 킹콩쥬스도 매출액이 2019년 7억5000만원에서 2020년 1억5000만원으로 줄었고, 2년 연속 손실을 냈다.
실적 부진에 가맹점 수도 줄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에 따르면 쥬씨의 가맹점 수는 2017년 801개에서 작년 말 기준 446개로 줄어들었다. 현재 가맹점 수는 350여 개로 축소됐다. 킹콩쥬스도 가맹점 수가 2020년 88개에서 지난해 55개로 줄었다.
올해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원자잿값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6.5일로 동기간 평년값(4.9일)을 상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1일 폭염 강세로 인한 하반기 농·축산물 평균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대비 약 0.2%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농산물 원가와 물류비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먹는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폭염 등 기상악화로 전 세계가 식량 위기를 대비하는 상황인 만큼 프랜차이즈 본사는 농가 지원 등을 통해 농산물 가격 인상 흐름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