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버거업계 1~4위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피자 가맹 사업에 진출하거나, 제품군을 보강하고 매장 수를 늘리는 등 매수자의 선택지가 다양한 상황에서 몸집 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 메뉴·점포 수 늘리고 피자 가맹 사업도… M&A 앞두고 사업 확장에 박차
맘스터치는 소고기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전국 매장에 출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치킨을 활용한 버거가 주력 메뉴이던 맘스터치가 소고기 패티로 된 버거를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맘스터치는 해당 메뉴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그릴 등의 설비가 갖춰진 매장부터 시작해 연내 450개 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자 가맹사업 ‘맘스터치 피자앤치킨’을 선보인 데 이어 본격적인 사업 확장 행보에 나선 것이다.
맘스터치는 하반기에는 달걀과 베이컨, 채소 등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맘스모닝’도 출시할 계획이다. 버거 메뉴 확장은 기존 메뉴들의 매출을 일정 부분 감소시키는 반면, 맘스모닝은 기존에 매출이 잘 발생하지 않던 오전 시간대를 공략하는 만큼 매출 순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맘스터치가 버거 사업 분야 확장에 나서는 것은 매각을 앞두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 몸값을 불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2조8000억원이었던 국내 버거 시장은 지난해 4조원에 근접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맥도날드·버거킹·KFC 등 M&A 시장에 나온 경쟁 버거 업체들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맥크리스피 버거, 보성녹돈 버거 등을 출시하며 소고기 패티 외의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고, 버거킹은 올해에만 16개의 신규 매장을 열며 매장 수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KFC는 치킨 신메뉴와 대표 치킨 메뉴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출시하는 등 치킨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치킨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7조474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 영업이익 앞서는 맘스터치, EBITDA는 버거킹, 부동산 가치만 1700억 맥도날드
맘스터치가 피자 가맹사업까지 나서며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 행보를 보이는 데는 M&A 시장에 나온 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매출액 규모가 작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기준 맥도날드가 867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버거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높았다. 버거킹이 6784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맘스터치와 KFC는 각각 3009억원, 209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맘스터치의 강점은 영업이익이 높다는 점이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3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버거 프랜차이즈 매물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좋았다.
버거킹이 248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KFC는 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맥도날드는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맘스터치는 현금 창출 능력과 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내세우며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맘스터치의 최대주주인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이달 중 매각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 인수 당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한국에프앤비홀딩스 보유 지분 79.18%로, 예상 매각 가격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맘스터치의 예상 매각가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놓고 보면 버거킹이 맘스터치의 1.7배에 이르는데, 버거킹의 매각 예상가가 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에비타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지난해 기준 버거킹의 에비타는 745억원으로 버거 프랜차이즈 매물 4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맘스터치가 44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KFC가 112억원, 맥도날드가 104억원을 기록했다.
버거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은 한국 버거킹과 일본 버거킹 지분 100%다.
버거킹이 에비타에 비해 영업이익이 낮은 이유는 매장 대부분을 직영점으로 운영해 인테리어 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역시 매장 대부분을 직영점으로 운영한다. 맘스터치와 KFC는 가맹점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영업이익 측면에서 유리한 모습이다.
지난해 유형자산 감가상각비 규모는 버거킹이 460억원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맥도날드 378억원, KFC 65억원, 맘스터치 4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맘스터치가 1352개로 가장 많고, 버거킹 440개, 맥도날드 403개, KFC 200여개 순이다.
맥도날드는 현금 창출 능력 면에서는 가장 뒤지지만, 보유 부동산이 많다는 점에서 다른 매물과 차별된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말 장부가 기준으로 1027억원의 토지와 693억원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1368억원이다.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나머지 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지난해 가치는 맘스터치가 284억원, 버거킹이 10억원 수준이다. KFC는 보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와 KFC의 매각 가격은 각각 5000억원, 1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는 100% 지분을 가진 미국 본사가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매각을 추진 중에 있고, KG그룹도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KFC 지분 100%에 대한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매각이 원활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추정 인수 가격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면서 “유동성 장세가 끝났기에 기업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프랜차이즈가 투자적 관점에서 나쁜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인건비, 재료비, 매장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은 확장성을 내세우지만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고, 결국 현금흐름, 영업이익이 얼마나 남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