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우유 생크림빵' 시리즈를 기획한 김소연 CU 상품기획자(MD). /이신혜 기자

“영업비밀인데 크림 함량을 최대로 넣기 위해 수작업으로 ‘돌리기’ 기술을 사용해요.”

편의점 CU에서 출시 6개월 만에 판매량 400만개를 돌파하며 ‘품절 대란’을 일으킨 연세우유 크림빵은 상품의 절반 이상을 크림으로 채운 빵으로 유명세를 탔다.

연세우유 크림빵은 30개 품목이 넘는 CU 전체 냉장 디저트 매출 중 절반이 넘는 60%를 기록중이다. 지난 1월 생크림, 팥+크림을 시작으로, 3월에는 초코생크림, 6월에는 메론(멜론)생크림이 나왔다.

우유 생크림빵 한 개 가격이 26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년만에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효자 상품이 됐다.

조선비즈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282330) 본사에서 편의점 빵 품절 대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김소연 CU 상품기획자(MD)를 만났다. 김 MD는 1996년생으로 Z세대이자 MD로서의 경력은 8개월 차인 ‘신입 MD’다.

◇ 편의점 빵이어도 크림에는 ‘진심’, 수작업으로 크림 비율 더 높여

김 MD는 자신의 첫 MD 데뷔작인 ‘연세우유 크림빵’을 성공시키기 위해 2주에 한 번꼴로 안성공장에서 출퇴근했다.

현재까지 나온 4가지 빵의 크림 함량을 직접 살피고 3~5g씩 크림을 더 넣어보며 빵이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넣을 수 있는 최대한의 크림 양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CU 연세우유 크림빵에는 크림이 평균 75~80g가량 들어간다. 빵의 총용량이 130~150g으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크림으로 채웠다.

김 MD는 현재 공장 기계만을 이용해 빵에 넣을 수 있는 크림 최대 용량은 70g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림 비율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공장 직원 10명가량이 수작업으로 크림 나오는 기계를 돌리는 기술로 5~10g의 크림을 더 넣고 있다.

연세우유 크림빵의 4가지 맛 단면.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빵이지만 공장식 시스템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크림 용량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인력을 투입해 빵을 제조하고 있다. 공장 측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배가량 올랐을 정도로 풀 가동하며 연세우유 크림빵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후문도 덧붙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높은 수요로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팥+크림 맛의 경우 발주 제한이 걸리기도 했다. 4일 기준으로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발주 제한이 풀렸고, 초코크림빵은 2배수, 메론크림빵은 1배수 발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잠시 중단됐던 팥+크림빵도 발주를 다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 ‘소문난 빵순이’...전국 유명빵집 돌며 6개월간 빵 탐구

김 MD는 자신을 ‘소문난 빵순이’라고 칭했다. MD로 배치되기 전 근무했던 ‘상품개발팀’에서는 6개월 동안 전국 빵집을 돌며 본격적인 빵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부터 천안, 울산 등 유명하다는 빵집은 다 방문했다고 한다. 실제 김 MD의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지역별로 유명 빵집이 표시돼 있었다.

전국 빵집을 돌며 김 MD가 느낀 점은 ‘기본 빵을 성공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제육볶음처럼 흔한 기본 메뉴 맛이 보장되면 ‘이 집은 음식을 잘하는 집이다’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것을 깨우쳤다고 한다.

단팥빵, 바게트처럼 웬만한 빵집에 다 있는 크림빵을 성공시킨다면 ‘저가 빵’이라고 알려져 큰 기대감이 없는 편의점 빵에 대한 인식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6개월 동안 돌아다니며 얻은 노하우는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로 탄생했고, 김 MD는 지금도 10가지가량의 크림빵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최근 출시한 메론크림빵의 경우 한동안 냉장고에 메론이 가득 찰 정도로 메론맛 구현에 힘썼고, 출시 전까지 100개 이상의 메론빵을 먹어보면서 고민했다고 했다.

김소연MD가 지도 앱에 저장하고 가본 전국 유명 빵집들. /김MD 제공

◇많은 우유 브랜드 중 고른 ‘연세우유’, 상생+매출 잡았다

김 MD는 다양한 우유 브랜드 중 ‘연세우유’를 골랐다. 그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회사 방침과도 맞아떨어지고 ‘전용 목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통과하고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목장에서 우유 크림을 얻을 수 있어 크림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

김 MD는 즉시 연세우유 담당 MD에게 연락처를 구해 디저트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우유로 만든 디저트 상품을 만들고 싶어 했던 ‘연세우유’의 니즈와도 부합해 제품 개발이 빠르게 추진됐다.

연세우유 크림빵은 CU 디저트 매출의 1~3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잠시 공급이 중단됐던 팥+크림빵 외에 모든 연세우유 크림빵이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시리즈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김 MD는 올 가을 새로운 맛의 연세우유 크림빵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연세우유 크림빵의 돌풍은 CU 디저트 전체 매출에도 영향을 줬다. C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디저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3% 신장했다.

김 MD는 “앞으로의 성과가 부담된다”면서도 “모든 국민이 한 번쯤 먹어볼 정도로 5000만개 이상 팔린 대표 편의점 빵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