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만 20년 넘게 가게를 했는데 역대 최악으로 기름값이 많이 올랐어요.” (서울 중구 치킨집 사장 김모씨)
2일 오후 만난 김 사장(60대)은 한숨을 푹 쉬었다. 서울 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20년간 써 온 거래처라 다른 곳보다 1000원 정도 싸게 받는데 18L 옥수수유 한 통을 5만8000원에 산다”고 했다. 김씨는 매주 기름값이 올라 사재기라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마저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거래처에서 다음 주에는 6만5000원까지 오른다고 해서 미리 사놓으려고 해도 다섯 통까지밖에 못 주더라”라고 말했다.
김씨는 기름값뿐만 아니라 한 달사이 밀가루는 10%, 봉투·소스·박스 등 치킨 포장에 필요한 부자재들이 20%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또 다른 50대 점주 이모씨 역시 “기름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2월 중순쯤만 해도 4만44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던 18L 식용유 한통의 가격이 5월 중순쯤에는 5만2100원으로 17.3% 올랐다.
18L 대용량 식용유의 가격은 5만~6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18L 대용량 콩 식용유 1000개를 확보해 6만9900원에 판매중이다.
트레이더스는 해표 식용유 1.9L 2개 묶음을 1만1900원에 , 홈플러스는 백설 튀김 전용유 1.8L를 8180원에 판매한다. 이들은 1인당 식용유를 2개씩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판매 플랫폼에서는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콩 식용유 18L 한 통을 5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1년 전 같은 제품은 중고 직거래로 2만~4만원에 거래되었지만 최근 기름값이 오르며 중고거래로 구매하는 식용유조차 가격이 5만원대까지 오른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밀·옥수수 전분 등의 수급 불안정,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밀가루 가격이 오르는 것도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러시아·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들여오는 옥수수 전분 및 밀가루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중구의 한 핫도그 가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3~4월까지 휴업한다는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여놨다. 하지만 이 가게 문은 6월이 된 이날까지도 굳게 닫혀 있었다.
핫도그 가게 점주와 아는 사이라는 액세서리 사장 이모(45)씨는 “거리두기가 풀리고 장사를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밀가루랑 기름값이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오르니 1000원~2000원짜리 핫도그를 팔면 더 손해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백설 찰밀가루 1kg의 이번 주 가격은 2649원으로 2주 전(2546원)에 비해 4% 올랐다. 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 1kg의 이번 주 가격도 1610원으로 2주 전(1463원)에 비해 10% 올랐다.
지난달 30일 EU(유럽연합) 정상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10%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곡물 수급 어려움에 따른 재료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30일 수입 식료품의 관세를 깎아주는 민생안전 대책을 발표하고 식용유를 비롯한 식품 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 발표에도 자영업자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의 돈가스 가게에서 일하는 매니저 김모(35)씨는 “사장님이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저번주 쉬는 시간에 차를 끌고 가서 18L 기름통 4개를 미리 사놨다”며 “앞으로도 기름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식용유 1인당 구매 제한은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지속될 것 같다”며 “마트업계에서도 식용유 수급에 어려움이 없도록 미리 재고를 관리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