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빵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 점포마다 일부 제품의 가격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 판매하고 있어서다. 본사가 제대로 가맹점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은평구와 광진구 등 파리바게뜨 점포 세 곳의 제품 가격을 확인한 결과, 점포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의 가격이 브랜드 권장가와 달랐다. 최소 1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제품마다 가격 차이가 있었다.
본사 권장가를 받아본 결과 런치샌드위치(5900원), 크랜베리치킨 호밀 샌드위치(5900원), 케이준 치킨 샐러드(6300원), 오리지널 시저 샐러드(6100원), 오리지널 시저 샐러드 미니(3400원) 등이었다.
하지만 점포마다 본사의 권장 가격과는 차이가 있었다. 인근 점포임에도 같은 샌드위치 가격이 최대 400원 차이가 났다. 점주들은 정식 가격표에 임의로 올린 가격을 종이로 덧붙이는 식으로 가격을 자체적으로 인상해 판매했다.
권장가보다 가격을 올려서 제품을 판매한 파리바게뜨 점주 A씨는 “일주일 정도 전부터 샌드위치 가격이 다 올랐다”고 주장했지만, 본사 측에 확인하자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장가와 다른 가격으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던 또 다른 파리바게뜨 점주 B씨에게 가격 상승 이유를 묻자 “어떻게 아셨냐”며 “원부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에게 자체적인 가격 인상에 대한 사전 고지는 하지 않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격을 표시할 때는 본사에 보고를 하고 정식 가격표를 부착해야 한다”면서 “최근 한 달간 파리바게뜨가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점포마다 제품 가격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본사 측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에게 가격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제품 종류가 워낙 많아서 점포마다 상권 특성, 업주 판단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등 타 프랜차이즈 제품 가격이 동일한 이유에 관해서 묻자 “이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자율적인 판단이고, 파리바게뜨 본사는 점포에 가격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본사가 발표한 인상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제품을 사야 하는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6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7% 인상한 바 있다.
직장인 김세연(28)씨는 “이번 달 회사 근처에서 5000원대에 먹었던 파리바게뜨 샌드위치를 집 근처에서는 6000원대에 팔고 있었다”며 “이미 오른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점포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믿고 사 먹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격과 품질을 동일하게 관리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대다수인 만큼, 개별점포별 자체 가격 인상에 대한 사전 고지는 필요하다”며 “이를 알리지 않고 임의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자 소비자 선택을 왜곡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